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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설재인 장편소설/ 시공사(펴냄)
설재인 작가님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의 작가, 평행세계,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작가로 기억되는 분. 이번 신간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쳤다.
가장 막다른 곳에서 솟아날 곳 없는 궁지에 몰린 자가 택하는 길은 자해.....
위 문장이 너무나 아프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장례식장의 음식을 결혼식장의 음식과 찰지게 비교하는 장면 웃프다^^ 내게 설재인이라는 작가는 잘 모르지만 일단 겉모습만 보면 엄친딸,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미모의 작가님으로 생각하는 분이다. 그런 그녀가 인생을 묘사하는 부분이 정말 찰지다 ㅋㅋ 밑바닥 인생, 혹은 가지지 못한 자의 마음을 어찌 이리 잘 알까.....
동창 양은청, 서울에서 전학 온 한지택 그리고 김지나... 2003년의 초등 5학년 조숙하고 돌발적이고 좌충우돌 그러면서 무척 속이 깊었던 세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 충격적이고 솔직한 표현들이 신박하게 느껴진다.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한란광역시라는 배경과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었다. 그중 전학생 지택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였다. 2003년 당시 채식주의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없었을 것 같았던 시절에 이미 공장식 사육과 축산에 관심을 갖는 채식주의자였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술된다.
평범한 지나는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 평범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특별나지도 않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 친구의 부고를 접하게 된다.
사망한 사람은 한지택....
발랄하고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한편으로 어린아이답지 않은 조숙함을 보였던 세 사람은 과연 어떤 성인이 되었을까?
지택이의 죽음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먹먹하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학생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름 정도는 아는 학생들이다. 세상의 어떤 죽음이 안타깝지 않겠냐마는 청소년 자살은 가장 마음이 아프다.... 죽어마땅한 죄를 저지른 인간들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악착같이 살아내고 천수만수를 누린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아플 일인가... 마치 진통제 없이 통증을 참아내는 것처럼 ...... 우린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나의 고등학교 때 일기장에도 온통 죽음이 가득했으나 뭐 어떻게든 참고 참아낸 청소년 시절을 지금은 떠올려볼 수 있다... 살아있기에....
이 글을 읽는 청소년이 있다면 제발 그렇게 살아주길 바란다....
글을 읽는 성인 독자님, 당신의 12살은 어떠했나요? 떠올려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