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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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연 (지음)/ 북하우스(펴냄)




들어가는 문장마저 의미심장했다. 브런치 작가인 저자, 이 책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책 초반부는 마치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60대가 된 어머니는 등산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딸을 자신의 제2자아처럼 느끼는 부분, 정말 와닿았다. 딸에 대한 광적인 집착, 죽음 이전에 스스로 견딜 수 없다고 수없이 사인을 보냈건만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는지는 저자만 알 듯....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만났고 1년 후에 자살했다. 어머니의 폰을 감식해 보았지만 모든 것이 지워져 있었다고 한다. 반평생을 운영해오던 아버지의 가게가 빚더미에 오르게 되자 어머니는 조금씩 달라진다.... 그 과정이 무척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다.




어머니의 세계사 숫자로 구성된 것이었다면 나의 세계는 언어로 구성된 것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저자 어머니의 삶이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여성으로 한 세대를 살아가는 그 거칠고 척박한 환경에 대한 연민일까? 저자는 왜 어머니의 사랑, 그 은밀한 개인사를 드러내려 한 걸까....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참으로 드러내기 힘든 일을 수면 위에 떠올린 용기, 먼저 읽으신 분의 리뷰에서 왜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이토록 치밀하게 드러내는지 모르겠다는 문장을 읽었다.



어머니가 아닌 여성으로서 한 사람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쓰면서 어쩌면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한 것일지도 모른다. 삶이 참 무겁게 느껴진다. 한국 사회에서 성추행 한 번 안 당한 여성이 얼마나 될까?



주차를 해 주고 차 키를 건네며 슬쩍 더듬는 더러운 손, 그러나 눈이 마주치면 소름 끼치게 씨익 웃는데 그 웃음에 침을 뱉어주고 싶다.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는 눈빛들, 여성만이 안다. 그런 눈빛이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자살생존자, 내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 그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 p.217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써야만 해요라는 목소리가 어디서부터 왜 나오게 되었는지 말해주는 책이다. 쓰지 않으면 잊힌다. 사랑에서 약자인 여성의 죽음이..... 요즘 여성 서사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억눌린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기록은 치유이자 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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