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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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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라카(지음)/ 페리버튼(펴냄)
▶읽기 전 느낌
잊힌 여성들의 성공!!! 문화, 예술사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이는 요즘이다.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 벽돌 책을 읽는 중인데, 너무나 절망적인 것은 지루한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를 거치며 무려 18세까지 읽어왔는데도 아직 여성 예술가는 단 한 분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발견하는 오늘 나는 무척 절망스러웠다. 도대체 여자들은 뭘 했는가? 18, 19세기까지도 여자들은 남성 예술가의 벌거벗은 모델이 되거나, 남편의 물감 값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을 하거나, 그림에 매진? 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한 남편의 뮤즈이자 내연녀를 침묵으로 견뎠거나 뭐 그중 하나가 아닐까?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한 사례들, 언급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뒷바라지를 예술가들의 아내나 애인이나 어머니나 혹은 애인이 감당했다. 일류의 문화유산 그 높은 가치가 남성들의 이름으로 남성에 의해, 가장 남성적인 방법으로 기록되었을 때 정확히 절반은 여성의 노고임을 나는 안다!!!!!! 아니, 우리 여자들은 안다!!!!
▶감상 후 느낌
자화상의 여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로 침묵하고 있다. 미술이나 예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문화적 소양을 갖추고는 싶지만 여전히 멀기만 하다..... 무려 1900년대에 와서야 여성 화가들의 이름이 보인다. 그중에는 찬사보다는 손가락질 사례가 많다. 수잔 빌라동의 경우, 스물한 살 연하의 연인 앙드레 우터를 아담으로 등장시킴으로써 혹독한 비판과 모욕까지 견뎌야 했다. 돈 많고 재능 있는 남성들이 스무 살 연하의 여성과 사귈 때 그것 또한 그의 능력의 일부인데, 반대의 경우에는 단순히 젊은 육체를 탐하는 늙은 여자의 광기로 치부되는 장면을 우리는 아직도 종종 보곤 한다 ㅎㅎㅎ ㄱ웃기는 일 아닌가!!!!! 여성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여성 작가들이 좀 더 당당히 좀 더 많은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거의 2000년대 이후의 얘기다. 아니 어쩌면 최근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느낀 점
그림은 화가 자신의 삶과 에너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보는 관람자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슬퍼서인가? 책의 삽화들은 하나같은 우는 얼굴을 하고 있다. 눈물이 안 나오는 나대신 울어줘서 고마웠다. 남성 화가에 의해 자신의 욕망대로 스케치 된 여성보다는 여성 화가에 의해 묘사된 여성 모델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요?!!!
▶결국 느끼고 또 느끼며
책 읽기의 목적이 누군가에게는 감동, 힐링, 통찰, 사유인지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는 주로 지적인 충족, 지식에 대한 욕구 때문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볼 때는 이성이 작동하지 않았다. 오직 느낄 뿐!!!!!!
분야 권위자이자 전문가인 저자의 글을 읽고 해석하기 전에 내 느낌 그대로의 리뷰를 써본다. 읽는 내내 생각했다. 모델로 그려진 여성의 삶을 관통한 정서는 무엇인지...... 과연 여성 예술가를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전통적이고 규범적이며 그래 위대? 한 기존 남성 예술가들의 권위에 잠식당한 여성 예술가들의 부당한 부재를 이제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간이라 생각하며 글을 닫는다.
덧. 그림 너머를 볼 줄 아는 사람, 그림에 투영된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
미술 하나도 모르는 저 같은 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느낀 대로 읽게 됩니다.
덧 2. 강렬하게 끌렸던 책표지는 이 책 110 도감. #엘린다니엘손_감보기 (1861~1919) 작가님의 자화상이다.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핀란드의 첫 여성화가다. 다니엘 손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 책표지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말 할 수 없는 우울감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미치도록 매력적인 우울이라니!!!
아~~~~ 이제서야 사진이 제대로 들어가는걸까... 근 몇달 동안 안되더니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