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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평점 :
김철 (지음)/ 시크릿하우스(펴냄)
나라를 빼앗긴 군주로 고종은 평가 절하 되었다. 아니! 평가 절하를 넘어 혐오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분들도 일부 있다. 최근 고종의 업적에 대해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일본 자체에 의해서도 수없이 왜곡되었지만 더 화나는 것은!!! 일제 강점기나 그 이후에 일본에서 학문을 배워온 자들이 학계의 원로로 여전히 우리 역사학을 주도하면서 조선의 역사는 제대로 평가되기 어려웠던 점이다. 우리의 역사를 지나치게 과대 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왜곡된 부분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를 다룬 이 책 너무 반가웠다. 예전에 이위종 열사에 관한 책 #시베리아의별이위종 은 출간 당시 읽은 적이 있다. 네덜란드 행정수도인 헤이그에 이준 열사 기념관이 있다. 위치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역사는 내게 지루한 암기과목이었기에 헤이그 특사 파견 1907년 이렇게 외우는 정도였지 사실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역사책에서 본 세 분의 흑백사진, 당대 분위기치고는 무척 세련된 느낌이었다. 소설을 읽기 전에 나는 두 가지 의문을 가졌다. 을사늑약 이후, 조정에는 을사오적 놈 친일파 대신들이 주를 이루었을 당대 분위기에서 세 분은 어떻게 헤이그 특사로 임명된 걸까? 두 번째 의문은 헤이그 특사 이후의 삶이 궁금했다.
만국평화회의에 참여하고자 했으나 특히 일본과 영국의 방해가 심했다. 제국주의라는 단어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내게 제국 시대 영국은 우리에게도 원수 느낌이다. 이미 서양의 열강들은 끼리끼리 편먹는 분위기로 다들 일본 편이었다 ㅠㅠ
소설 속 영국인 기자의 질문은 묵직하다. 이 평화회의를 방해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
평화를 위한 방해세력은 진정 누구인지 이제 세상은 다 알고 있다 ㅠㅠ
신문기사를 보고 의문을 가진 형사 행크, 할아버지 집을 절대 팔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의문의 여자,
소설은 이준 열사 사망 진단서 위조라는 소재를 통해 헤이그 특사로만 알려진 이준의 삶을 재조명한다.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정의의 여신 디케 등 그리스 신화적 요소가 적절한 장치로 가미되었다는 점, 변호사 이준호의 손주뻘인 이예빈 검사를 주인공으로 타임 슬립하는 부분이다. 2022년의 이예빈 검사가 1945년으로 시간 이동해서 당대 사회를 들여다보고 도대체 왜 이준의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았는지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진진!!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방해하는 세력의 음모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펼치면 완독까지 이끌어 주는 책이다.
고종이 세 사람을 선택한 이유?
못 말리는 강골 검사 이준. 을사오적을 암살하려던 사람들이 잡혀오자 이들을 사면 명단에 올린다. 이에 법무대신이 반대하자 법무대신을 고소한다. 하극상한 것이다. 이에 검사직에서 파직될 위기 고종이 형을 감해주면서 이준의 애국심을 눈여겨본 것이다. 그를 특사로 임명 당시 그의 나이 마흔아홉이었다.
지금 역사상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 그와 사뭇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예산 출신 이상설, 수당 이남규의 생가에 이 분의 자료가 있다. 화학과 신학문을 소개했으며 국가론 등 조세에 관한 경제경영서뿐 아니라, 《수리 수권》이라는 책으로 현대 수학을 정리하셨으며 이 책을 불과 열일곱 나이에 쓰셨다. 이상설의 학문적 업적은 전통 산학과 현대대수학의 다리 역할이었다.
또한 그는 일본놈 친일파로 가득한 조정과 을사늑약에 분통함을 느끼고 차라리 죽어서 이 꼴을 안 볼 결심한다. 이후 살아난 그는 민족 주의 교육을 하다가 고종의 눈에 띄어서 발탁되었다. 국제 언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분을 찾다가 러시아 공사 아들인 이위종을 발탁하게 된다.
당시의 헤이그는 세계 평화와 군비축소라는 명목하에 모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침탈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었다. 조선은 초대받지 못해서 들어갈 수 없다? 진짜인가?
덴마크 관계 기관의 자료를 보면 초청국 명단에 열두 번째 COREA라고 분명히 쓰여있다... 너무나 억울한 순간이다. 우리 학창 시절 교사들은 약소국의 슬픔이라 운운하면서 나중에 너희가 자라면 나라의 힘을 길러서 어쩌고 말했다. 강대국 VS 약소국 프레임으로 보면 약육강식의 세계관, 반드시 희생자가 생긴다. 평화는 누구를 짓밟고 태어나지 않는다. 함께 공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스라엘, 가자 지구 등에서 지속적인 전쟁을 보면서 과연 평화란 무엇인지 정의란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수많은 의문이 생긴다.
미스터리와 역사적 사실 그리고 타임슬립이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저자는 물리학도라고 하는데 최근 이과 출신 저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역사와 타임슬립, 미스터리에 관심 많으신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