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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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소설집/ 래빗홀 (펴냄)











남자들은 글 쓰는 여자들을 무서워한다. 무려 반세기가 지나도!!!! 내가 한 말 아니고 그 유명한 벽돌 책, 책깨나 읽는다는 독자 필독서인 #다락방의미친여자들 의 수록 문장이다!!! 하!! 내겐 성전과 같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 작품은 꾸준히 챙겨읽는 중이다!

남성 작가들은 펜( 음경)을 무기처럼 휘두르고 종이 위에 갈겨씀으로써 자신의 존재, 혹은 우월성을 증명했다. 우리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곧 존엄의 증거요 무기 따위 필요 없다!!!! 이것은 인류의 절반인 성과 싸우자는 얘기가 아니다.




살기 더 힘들어진 세상에 함께 잘 살자는 얘기다. 페미니즘의 '페'자만 들어도 치를 떠는 남자들, 그리고 일부 여자들.... 남성 사회의 모순을 에둘러 까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거든요" 하는 문장을 어김없이 써주는 일부 독자들....


소설의 소재 중 하나인 '교제 폭력'은 왜 더 빈번해졌는가? 이전에 #데이트폭력 이라 불리던 이 단어는 단어 자체가 모순과 한계를 가진다. (폭력은 그냥 폭력이다!!! 단어 장난으로 은근슬쩍 면죄부를 주지 말라!!!)


번호 미확인 부재중 전화 90통, 발신인 번호를 조회해 보니 그는 뒷자리 번호 4개를 나와 똑같이 쓰고 있었다. 온몸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내 사진을 모두 출력해서 집 앞에 빨간 상자에 담아두었던 스토킹의 경험 중 일부 기억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치 떨린다. 귀가할 때마다 두리번두리번 누가 있나 몇 번이나 확인하는 습관은 지금도 유효하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들은 내게 물었다. "혹시 그 남자에게 무슨 여지를 제공한 건 아닙니까? "경찰이 내게 물었다.'

"네? 여지'라뇨??"





스토커를 피해서 은둔하다시피 하고, 귀신을 보게 된 화자에게 세상은 미쳤냐고 물었다.

"난 안 미쳤다니까요."라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ㅠㅠ 그래,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같이 미쳐야 살아남을 수 있구나.... 《성주 단지》

세상의 모든 모순은 살기 어려움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본관에서 야자 금지라는 틀을 깨고야 만다. 모든 금기는 반드시 깨진다. 남성, 여성 이분법 잣대로 나누긴 싫지만 여성작가만이 쓸 수 있는 묘사가 있다. 바로 그런 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야자 중 XX 금지》

모든 작품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고 차별받는 사회적 분위기에 정말 화가 났지만 옹녀로 불리는 등장인물, 반대로 변강쇠는 전혀 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력이 세다는 것은 자랑이다. 아우 C 욕 나오네... 짐승인 늑대보다 못한 인간들...


해미읍성에 가본 적이 있다. 조선 말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죽임당한...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는데 이른바, 그냥 일반인 천주교도 여자들은 길에서도 강간을 당하고 죽어마땅한 취급!! 치 떨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풀각시》 무속신앙은 왜 차별받는가? 여자들은 왜 남자보다 점집을 자주 찾는가? 무속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 그 원인을 더듬다 보면 이해하게 된다. 무속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은데 ㅋㅋㅋ 그걸 다 쓰면 리뷰 한 편이 더 나올듯싶다. 기독교이지만 무속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어렸을 때 본 내 할머니의 친구 중 한 분은 무당이었다. 나는 무당 할머니 집 마당에서 놀고, 무당 할머니가 점을 보는 까만 상 위에 놓인 쌀과 염주가 아직도 기억난다. 무당 할머니가 굿을 하고 시퍼런 칼을 겨누는 장면도 기억난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무당 할머니가 내 눈을 보면 뭔가 꿰뚫어 보는 그 눈빛은 아직도 선하다..... 여기 소환할 수는 없지만 인친 중 몇 분도 무속인이다. 그분들과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한다.




학교 괴담은 뭔가 오싹하면서도 재밌다. 학교라는 감옥에서 심적으로라도 벗어나고 싶은 학생들의 소망, 남고보다 여고에서 괴담이 더 많은 이유는 뭘까 의문이 생겼다. 일단, 여성이 남성보다 공포감을 많이 느끼고( 맞나?), 아무튼, 여성의 목소리 톤이 높아서 비명을 지를 때도 더 공포감을 주기 때문일까?



제목이나 표지, 소개 글 보고 딱 이거다 싶었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있는 법인데, 마지막 작가 후기까지 읽어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남성들이 글 쓰는 여자를 무서워한다고? 같은 여성인 나도 무서울 정도였다. 동양 신화와 세시 풍속, 민담 전승, 각종 공포 이야기와 괴담, 무속 신앙 등에 어쩜 이리 해박한 걸까..... 나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끼는 영역이라 한 편 한 편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해설과 작가 후기는 서너 번 읽고 메모를 따로 해두었다.



. 온갖 종류의 괴력난신들...

오죽하면 이들의 힘이라도 빌려오고 싶었을까.... 세계 각국의 여성들, 그 위치와 환경이 각기 다르지만 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역사가 생긴 후 지난 수천 년간 여성들은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기 위해 '나'를 버렸다. 이제 빼앗긴 것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또 하나의 경계를 하나의 세계를 넘어야 한다.



한 줄 평 : 서평단이 아니었으면 나만 알고, 나 혼자 아껴보고 싶었을 책!!!!!!!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용기는 남았다.




앞으로 김이삭이라는 이름이 보이면 그 무엇이든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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