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톤 매트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평점 :
마거릿 애트우드 소설집/ 양미래 (옮김)/ 황금가지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
지난번 아니 에르노 작가와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셨을 때, 아! 이번에는 수상하시겠구나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아니 에르노 작가의 수상이었다. 뭐 어느 쪽이든 수많은 남성 작가들에게 먼저 주어진 노벨문학상 (다른 영역은 뭐 다르겠냐마는)의 영역에 여성 작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기분 좋은 설렘이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노벨 문학상 2회 수상자이신 분!!!! 너무 사랑해서 '캐나다'라는 나라까지 통째로 사랑하고 싶은 작가다!!
작년 가을부터 이 분의 작품 전작 읽기를 시작했다. 하나씩 도장 깨듯 읽는 중이다. 『시녀 이야기』 『증언들』 『먹을 수 있는 여자「『고양이 눈』 『도둑 신부』 『그레이스』 『눈먼 암살자』 『도덕적 혼란』 등의 책을 읽었고, 읽고 있으며, 읽을 예정이다. 4년 차 책스타그래머의 짧은 독서 인생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읽고 또 읽고 싶은 작품들이다.
이 분의 단편은 어떤 느낌일까? 난 벽돌 책 러버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는 단편소설도 좋아하는 편 (다 좋아하네?ㅋㅋㅋㅋ)이다.
게다가 존경하는 양미래 역자님 번역이라니!!!!! 양미래 역자님은 리베카 솔닛의 작품 〈야만의 꿈들〉 번역 작업을 하신 분으로 이 분 인터뷰를 보고 반하게 되었다. 아! 요즘은 너무나 멋진 여자 사람 작가들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는 걸까....
소제목인 〈알핀랜드〉가 주는 상징성!!! 연작소설로 이어지는 세 편의 작품, 이곳에서 여자들은 죽은 남자에 의해 철저히 상처받고 파멸된 영혼들. 남자들의 사랑이 어떻게 여성을 망쳐놓는가? 저자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에로틱한 로맨스인가 싶다가도 섬뜩한 스릴러가 되어버리는 애트우드식 서사. 소설 속 인물들은 주로 노년의 여성이었다. 젊은 여성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수치심에 오히려 나서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간다. 밀양 여중생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이슈화되기 전에도 수차례 리뷰에 이 사건에 대해 언급했던 나였다. 당시 가해자 뿐 아니라, 수사관과 판결 내린 판사까지 다 처벌해야 한다고!! 이 사건이 1970, 80년대가 아니라 무려 2004년이라는 점에 더욱 놀란다!! 남자들의 일회용 욕망의 배설구로써 짓밟힌 여자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도 더 이상 삶이 아닌 채로 살다가, 간혹 용기를 내서 노년에 과거의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있다.
2024년을 살아가는 노년의 여자들이 과거 당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이력을 말하면 세상은 말한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잖아. 남자들은 원래 그렇잖아. 다 지난 일을 뭐 새삼스럽게 저래? 다 늙어서 돈이 필요한가 ....?" 등등... 가장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2, 3차 매질하는 사회다. 우리 사회 모두가 방관자이자 가해자였던 사건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 이슈화되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화 되는 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 ㅠㅠ
소설 속 인물들 다양한 여성들, 사랑하고 버림받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용당한 여자들, 애트우드는 이들에게 잔혹한 복수의 칼을 쥐여주기도 하고, 여성들끼리 연대하고 화해시키기도 한다. 나는 이런 장면에서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남성 독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내 현실의 남자들은 애트우드의 작품을 읽지 않아서 주로 리뷰를 통해 남성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편인데,
1. 보통의 남성 독자들은 애트우드 작품에 그다지 관심 없다. 2. 때로 소설 속 여성들의 남성을 향한 과감한 복수에 대해 불편해하기도 하고 3. 그 증오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전혀 모른다. 4. 간혹 일부 남성 독자들은 애트우드 식 은유법을 읽어내기도 하는데 최근에 한 남성 리뷰어의 글에서 제대로 읽어주셨구나 싶은 문장을 발견했다. 이 글을 업로드하고 바로 댓글을 쓰러 갈 예정!!!!
최근 인공 자궁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데, 임신과 출산의 주체인 여성을 쏙 빼고 언급되는지 의아한 부분이다. 낙태금지법 논의에서도 주체인 여성은 몇 안 되고, 대부분 남성 정책 입안자들 분야 전문가? 들 중심으로 토론하는 거 보면서 기가 찼다. 정책 만드는 작업에 더 많은 여성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수사 과정과 재판 결과들을 보면서 나의 결론은 늘 같다! 여성들이 입법, 사법, 행정의 전성에 더 많이 더 많은 참여를!!! 과거 마녀재판 시절부터 쭈욱 법의 판결만 기다리면 우리 여성들이 오히려 법을 만들면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고 나는 믿는다. 작가의 소설이 출신지인 북미에만 해당되는 일인가?
어느 성이 소유했던 것을 빼앗아서 다른 한 성에게 돌려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인류의 절반은 우리 엄마, 누나, 특히 당신의 사랑하는 딸이 함께 잘 살자는 얘기다. 특히, 이 글을 읽을 남성 독자 당신의 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애트우드의 소설을 사회적 리얼리즘, 사변 소설이라는 경계 안에 애써 집어넣으려는 평론가들도 있긴 하지만, 그의 소설은 우리 후배들 여성들에 대한 선배의 애도이자 격려이자 따끔한 조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