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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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 소설집/ 한겨레 (펴냄)





작가의 여섯 단편 모음집. 각 계절의 섬세한 이야기가 읽는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

표제작 〈가벼운 점심〉은 집을 나간 지 오래된 아버지가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왜 가족을 버렸는가? 사랑 없는 결혼의 끝은....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한 개인이 어떻게 파멸될 수 있는가. 나아가 그가 꾸리는 가정까지도... 유독 부모들의 지나친 애정이 많이 투영되는 우리의 가족 문화, 아이가 귀한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귀한 존재들인데, 자칫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아이들은 병들고 다치게 된다... 여기까지 쓰면 소설보다 너무 나간 걸까?^^




온통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할 텐데 의외로 아버지는 예상외로?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 대성통곡했다. 아이러니다...



헤어진 연인, 가족, 우리 사회는 sns로 초연결 되어 있지만, 또 한없이 외롭기도 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잊기 위해 노력한다. 눈물겹다. 가벼운 점심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피아노〉 내게도 피아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관심이 가는 제목 〈피아노〉였다.

서울살이 5년 차 남자의 자신의 원룸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피아노를 마침내 방 안에 들이고 만다. 사귀는 여자는 어서 결혼을 하자고 하고, 중소기업 직장인으로 결혼은 다소 무리인 상황.... 피아노의 가장 낮은 음이 좋다는 남자, 낮으니까 내려갈 데는 없고 올라갈 데만 있어서 좋다는...


나도 높은 음보다는 낮은 음을 좋아한다. 높은 음은 신경을 예민하게 건드리기도 하기 때문에^^






아내는 죽었나... 남자는 자꾸만 되뇐다. 〈하품〉

피아니스트인 남자, 헌 책방을 하고 싶다는 아내 하지만 자꾸만 기억이 흐려진다. 느려지고 아내는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되었다.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이다가도 한없니 느슨하게 느껴졌다. 무기력한 삶과 권태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부부의 삶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데...

제목 하품의 의미? 글쎄, 너무 나른할 때 하품 한 번 하고, 기지개 켜고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철도 건널목을 지키는 강 씨 그리고 고양이, 젊은 나이에 좀체 지원하지 않는 경비를 지원한 송 군, 고양이 밥을 주러 오는 꼬마...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지는 〈파수꾼〉 제목마저 중의적이다.




일상의 이야기라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저마다 다름을 찾아가는 계절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화자들의 삶은 굴곡지고 때론 아프고 무기력했지만 읽는 내내 아이러니하게도 봄이 느껴졌다. 아마도 책 표지 때문일까? 책을 덮으며 누군가와 가벼운 점심 한 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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