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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존 밴빌 (지음)/ 이터널북스(펴냄)
미세먼지와 황사로 흐릿한 밤하늘... 이제 별을 찾아보는 것은 힘들고 내겐 달밖에 없어!!! 나는 별보다는 달을 좋아하는데 달은 보름달, 반달, 그믐달..... 그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도 한결같이 좋은 존재!! 달을 바라보는 수간만큼은 온 우주에 달과 나, 둘뿐인 것 같은 황홀감!!!!!
부커 상 수상 작가 존 밴빌,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 장르를 넘나들고, 오가는 거 정말 좋아합니다 ) 제임스 조이스를 잇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코페르니쿠스 전기소설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분이다. 인간사 낮은 슬픔을 담담한 문체로 다루며 과학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으신 분.
최근 과학의 많은 분야 중에 가장 주목받는 것 천문학이 아닐까?!! 천문학은 자연 과학 중 가장 먼저 시작된 학문, 간단히 말하면 우주 천체에 관한 연구를 하는 학문 (맞나요? 과학도 인친들이 보면 웃으실지도 ㅋㅋㅋ) 인류 문명의 시작에 반드시 천문학이 있었다. 점성술이나 달력을 만들어 실생활에 활용하는 형태로....^^
요하네스 케플러 (1571~1630)는 누구??
→독일 출신의 천문학자. 가난하고 외로운 유년 시절을 거친, 신학을 전공했으나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여전히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라 생각하던 시절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을 접하게 된다.( 당대 천문학 권위자 티코 브라헤의 지지와 도움으로, 당시 유일하게 코페르니쿠스 학설을 일부 받아들인 분) 행성의 세 가지 운동 법칙 정립 등은 이후 만유인력과 지동설과 케플러 사후 정확히 13년 후에 세상에 태어난 뉴턴에게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식의 흔해빠진 기존의 전기들, 백과 사전식 서술 방식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행간에 작가적 상상력을 마저 채워 넣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사이에 낀 시대, 16세기를 재조명하는 작업이자 과학 책에서 종종 만나는 평면적인 케플러를 입체적으로 재조명한 작품이다!! 챕터 제목이 케플러 저서의 제목이다^^
존 밴빌이 케플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끌림이 아니었을까? 생계적 직업을 놓을 수 없었고 역대 가장 치열했던 2005년 부커 상 수상 작가가 되기까지 직업과 삶에 헌신했던 저자는,
온갖 탄압에도 종교적 학문적 소신을 버리지 않은 케플러!! 가톨릭교회가 1822년 지동설에 관한 출판을 허락할 때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최근에도 가끔 발견되는 가톨릭의 칼럼에서 당시 지동설 주장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식의 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종교들이 치닫는 권위와 위선을 보면 종교를 믿는 입장에서도 참 ㅠㅠ)
'길'이 없는 곳을 '진리'라는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만든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아있다!!!!
선생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나?
질서의 가능한 형태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우주'라고 생각합니다 p19
최근에 이 책 〈케플러〉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읽기가 거의 끝났으며,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를 병렬 읽기 시작했다. 케플러는 거의 모든 과학 책에 언급되지만, 그를 언급한 각각의 책들이 저마다 뚜렷한 매력이 있다. 과학자의 자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결국 '상상력'이었다!!
16세기 중반~ 17세기 초: 컴퓨터나 각종 기기 없이 오직 연필과 종이와의 싸움, 유일한 기하학 도구인 컴퍼스를 쥐고서!!!
그를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이 마구 펀치를 날릴 때도 그는 조용히 혼자 연구에 의지했다. 삶이 자꾸 시비를 걸어올 때 〈우주의 조화〉등의 책을 출간하면서 수많은 반대에 몸서리칠 때 그는 악마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하고 떠미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이건 케플러 본인이 아니라 존 밴빌의 묘사인데, 참 묘사력이 대단한 분이다)
케플러가 지인들에게 쓴 편지 (아마 작가적 상상력이지 싶은 문장들...)
지식을 탐구하다 보면 도처에 기하학적인 관계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그렇게 계획하셨기 때문이다. 훌륭한 신께서 잠시도 일을 쉴 수 없었기 때문에 만물의 특징에도 손을 대셨고 세상에 당신의 모습을 재현하셨습니다. 본능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든 모든 피조물은 창조자를 모방하비다. 모든 것이 놀이입니다 p271
우리는 참으로 경이롭고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만물이 본질에 대한 관점이 이토록 크게 변화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변화되고 확대되는 것은 단지 우리의 시야일 뿐, 사물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기이하게도 보잘것없는 창조물인 우리 인간은 우리의 시야에 새로이 들어온ㄴ 것과 새로운 창조물이 생겨나는 것을 너무도 쉽게 혼동합니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세상이 다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처럼 말이지요 p265 아!! 어쩜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지!!! 이 내용은 첨단 과학 대우주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문장 아닌가!!!
저자의 부커 상 수상작 #바다 를 반드시 읽어볼 생각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튀코 브라헤의 천문관이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나의 '소망 리스트'에 추가!!
교사였고 제국의 수학자, 천체 운행의 법칙을 탐구하는 천문학의 창시자 그리고....
'점성술'을 신뢰하지 않는 '점성술사'! 종교가 있지만 '종교'를 믿지 않는 나와의 '공통분모'!! 삶 자체가 아니러니로 점철된 나는 종교가 아니라 '신'을 믿는다. 케플러,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그저 과학자 n 명 중 한 분이었을 뿐!!
♣ 덧 & 한 줄 평!!
존경하는 나의 위대한 과학자!! '우주와 천체의 질서'를 발견하는 데는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인간사의 질서'를 찾는 데는 여전히 미숙한 나와 같은 그저 인간이었다....^^
( 신 앞에서 케플러는 자신을 초라한 방구석 몽상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사람을 종교재판에 끌고 가려 했다니..... ㅠㅠ)
♣ 덧: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읽었는데,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챕터에는!!
케플러를 중심에 놓고, 튀코 브라헤와 아이작 뉴턴을 연결한다. 코페르니쿠스→ 뉴턴이 아닌!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 → 뉴턴의 방식으로 언급.
♣ 덧: 케플러가 살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했던 마녀재판!!!
가톨릭 등 '종교'는 마녀재판을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고
'정치'는 마녀재판을 종교적 행위라고 말했다. 내가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다 ㅋㅋ 욕은 이럴때하는 거라고 배웠는데 ...
나 정말 과학을 사랑하는구나. 사랑해...........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