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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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현 &김철웅 장편소설/ 나무옆의자(펴냄)






불안의 시대, 불안을 떠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소설 속 인물도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다는 매력으로 펼친 책이다. 은원은 과연 누구일까? 표지의 저 우울하고 뭔가 두려워 보이는 여자일까? 은원과 차연은 저자 본인일까? 아니면 내 안에 또 다른 나일까?




연락을 받지 않는 은원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 장면에서 나는 나만의 상상력, 은원이 혹시 치매가 있는 연세 지긋한 분인가 생각했다 ㅋ



영화감독과 함께 한 소설 작업이라 그런지 이 소설이 영상화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과연 어느 부분에서 김철웅 감독의 영향력이 발휘된 걸까 상상하면서....

차연은 사라진 은원을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특이한 병에 걸렸다. 베르니크 코스타로프 증후군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병, 자신과 함께한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은원.




여의도 CL23 생명연구소

은색 캡슐의 유리관 안에 알몸의 여인들, 세 여자는 쌍둥이처럼 똑같다. 아니, 같은 사람이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느낌은 강력한 스포라서 리뷰로 쓸 수가 없다^^ 영화 〈아일랜드〉나 〈레플리카〉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은원이 손을 내민다. 차연이 그 손을 잡는다. 가볍게 악수를 주고받는다. 은원의 오른손, 검지와 엄지 사이, 작은 자국이 있다. 초승달과 별 무의가 어우러진 검은색 그림 p129





다른 시간대를 생각한다. 다른 세상을 생각한다. 다른 우주를 생각한다. 유니버스, 멀티버스, 평행우주, 다중우주, 지금 여기의 예측 가능한 물리법칙이 그 어느 것도 통하지 않는 우주.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나무가 말라죽으며 연초록 작은 이파리들이 새롭게 사라지는 우주. 오늘 저녁 태어날 누군가의 슬픔으로 어제 아침에 비바람이 불어오는 우주. 잠시만 머물다 돌아와도 지구의 수천 년이 플러 가는 우주. 그러나 영영 닿을 수 없는 우주 너머 우주.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많았다. 복제인간, 첨단과학 소설들은 과학적인 내용, 기술적인 내용 언급이나 설명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설명 부분이 불편하고 어렵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설명 없이도 매끄럽게 잘 서술되어서 굳이 표현하지 않았다면 복제인간, 첨단과학 소설인지 예측하지 못했을 법한 독특한 소설이다. 남의 리뷰를 잘 보지 않지만, 문득 이 책 리뷰 쓰신 리뷰어 분 중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독자가 있던데 넘 급하게 읽으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ㅋ 아! 최근에 북인플루언서들의 독후감이란 참....





SF 연애소설이라고 분류되는 이 작품은 정말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다.

연애 혹은 복제인간이라는 키워드 너머에 있는 무엇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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