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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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스타가르트(지음)/ 교유서가(펴냄)











밀리터리 덕후, 전쟁사 덕후가 선택한 책!!! 전쟁사 특히 세계대전 관련한 많은 책을 읽어왔다. 책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어느 시점에는 오로지 전쟁사만 읽었던 적도 있었다. 삶과 죽음의 최전선, 전쟁사는 어떤 의미에서 사람을 매료시키는가? 잊는 순간 전쟁은 재현되기 때문이다. 푸틴의 러시아나 하마스, 이스라엘 총리 베냐만 네타냐후 같은 인물들은 전쟁사의 한 단면을 잊었다. 우리 인류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 인류를 끝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참전한 혹은 겪은 분들의 생전에도 사후에도 꾸준히 주목받고 끊임없이 연구되는 전쟁!!!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전범국인 독일인의 모습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각종 첨단 무기의 시험장, 인간성의 대 말살, 피로 점철된 무자비한 살육전 제1차 대전이 끝난 후, 인류는 또 세계대전을 맞이하게 될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배상금 문제로 목 졸린 독일이 택한 탈출구는 바로 전쟁이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한 저자의 밑 작업은 수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세계대전 기간 중 일반인들의 편지나 서신, 레지스탕스 활동가들의 기록물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 내가 접했던 기록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전 책에서 읽은 군인들의 편지들은 단편적인 내용이라면, 이 책이 다루는 서신, 편지, 주고받은 메모들은 긴 기간 특정 대상과 주고받고 교류했던 내용이다. 따라서 이 기록물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다. 물론 개인들의 편지이지만 그 지속기간을 고려해 볼 때 상당히 들여다볼 만한 역사적 사료가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 책만의 차별성!!!!

책에 등장하는 편지와 일기의 주인공은 대략 열여섯 명이다. 농민 출신 보병, 참전 용사, 작가, 저널리스트, 개종한 참전자, 무전병, 목수, 철도역 매표원, 사무원이자 보병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다 쓸 수는 없고 그들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며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분들이다.







이전에 내가 읽은 책에서 느낀 점을 다 적을 수는 없고 크게 나누자면,

수없이 회자되었던 세계대전은 독일이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책은 주로 양 측의 프레임으로 쓰여왔고, 그 서술자가' 비 독일인'인지, '독일인'인지에 따라 전쟁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랐다. 영국인 저자가 영국인의 호전성을 언급, 1917년의 전쟁과 1941년의 독일 상황을 비교한다. 전시 독일을 분석하면서 행간에 채워 넣은 저자의 상상력. 그가 촘촘하게 채워 넣은 여백에는 시골학교 교사 빌름 호젠빌트가 장남에게 쓴 편지를 통해 혹은 유대인 아내를 둔 오헨 클레퍼의 편지 혹은 18세기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학자 빅토르 클렙퍼의 기록으로 채워진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만난 인물들이며 기존의 어떤 역사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냥 평범한 모습의 사람들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을 전쟁터로 끌어낸 심리를 무엇인지 추적한다.








인텔리겐차 학살 정책을 시작으로 산에서 구덩이에서 자행되던 학살 청소가 시작될 무렵 폴란드의 소행으로 보이는 독일인 혈통에 대한 제노사이드의 증거물들 (물론 독일의 필요에 따라 조작되고 왜곡된 사진 자료)이 출간되고 배포되었다. 독일인을 희생자로 만들어서 그 폭력을 정당화했다. 독일인의 죽음만이 중요했다. 중요한 것은 오직 독일인의 권리였다. 이 무렵 히틀러는 영국 및 프랑스와의 협상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40년 승리를 자축하는 독일, 흑인들의 시체는 식민지 세네갈인들이었다. 일반인 독일인의 편지에서 한 개인은 프랑스가 왜 이렇게 독일을 증오하는지 묻고 있다. 점령지에서 젊은 독일인 병사들의 생활은 매춘으로 이어졌다. 프랑스군과 암묵적인 합의로 사용하는 창녀촌의 운영. 사적인 공간에서 독일인에게 몸을 허락? 한 나쁜? 프랑스 여자들은 전후 머리를 깎이고 반역자로 조리돌림을 당한다. 이 부분에서도 생존자는 존재했고 그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다. 책에 전쟁의 증거인 수많은 흑백 사진들! 그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독일 국내의 인종 분리 정책. 머리를 빡빡 깎인 독일인 여성과 그의 폴란드인 애인이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말뚝에 묶여있다. 유대교 회당에 창녀촌으로 개조되는 것은 유대인 입장에서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일까. 이전에 보지 못한 사진들을 많이 봄으로써 책의 내용이 한층 더 흥미로운 순간이다.



이 무렵 독일인 병사들이 가족이나 연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대인 학살이 삭제되거나 쓰여있지 않았다. 처형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그들은 아내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면서 자녀들게는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겨울이 되면서 불평불만이 많이 언급되자 괴벨스는 전선 편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1943년 이후 독일인들은 더 이상 멈출 수 없어서 전쟁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제시되었던 그 어떤 전쟁의 명분도 이유도 망각한 채, 그야말로 끝을 보기 위한 전쟁이 계속된다. 나치즘 때문이었을까? 전쟁이 생산해 낸 종말론은 그들을 끝까지 전쟁에 임하게 만들었다. 개인이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손으로 처형하고 흙으로 파묻어버린 어린아이와 여자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과 민족전선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독일인을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괴벨스의 선동에 의해 심지어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입성할 때조차 독일인들은 이미 패배를 믿지 않았다고 기존 책을 통해 수없이 읽었다. 그러나 이 책 서두에서 한 젊은 병사는 이미 말하고 있다.




다시는 휴가는 없을 거야. 기다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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