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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평점 :
래빗홀 (펴냄)
'영혼을 갈아 넣는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소설 속 인물들의 안간힘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근미래 SF 디스토피아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 중 하나!!!
우리의 삶을 담아내기에 SF라는 필드보다 더 넓은 것이 또 있을까! 작가 후기에서 MBTI 가 N인 사람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내 이야기와도 일치한다.
S대 응용 마법 학과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허무한!!! 부모님이 이름을 너무 잘 지으신 것 같았는데 과연 그의 삶은 행복했을까? 서울로 상징되는 더 나은 공간은 그의 고향 창원 외곽의 바닷가 마을 횟집 아들인 무한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듯했다. 무한에게는 점점 더 높은 목표가 생겼고 고액 아르바이트 중 하나인 과외를 시작하는데...
대학 새내기인 무한에게 다가온 사랑 서지현, 과외 샘 무한에게 역장 이식을 받은 부잣집 아들 이 준, 재능 있는 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임현채, 반마력을 사용하는 집단의 에이스인 김혜정
총 다섯 꼭지로 서술된 책은 무한과 관계된 사람들을 서술하고 마지막에 다시 무한에게 바통이 돌아온다. 무한이 느끼는 우월감과 패배감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왔다. 지방 출신으로 소외된 자들이 문화적으로 훨씬 개방적인 특별시를 만났을 때의 열패감, 더 큰 세상을 알았을 때 느끼는 현실 자각 끝내 자기 비하....
내가 좋아하는 마법이라는 소재가 부의 대물림, 사회 불평등과 능력 중심 계급사회, 지방 소멸 저출생 초경쟁 사회, 마력의 피를 사고파는 역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려고 미래를 고민하는 젊음의 모습이 마법보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환상성 다분한 소재에서 느끼는 처절한 현실이라니 이것이 심너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