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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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오렌지디(펴냄)











이해할 수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 여기서 오는 이야기적 재미를 좋아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실현 가능한!!!!

게다가 원혼, 기사단, 어둠의 신, 권능의 자리, 자정의 표식 등 오컬트적 요소 가득한 이야기!!!



표지부터 나를 압도했다. 작가의 소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를 먼저 만나본 적이 있다. 라틴 아메리카라는 지리적 위치, 고딕 리얼리즘의 여왕이자 온갖 상을 휩쓴 인기 작가이자 애플 TV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원작 소설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다 떼 놓고도 내겐 너무나 매력적인 작가다.



지난날, 소위 제3세계 문학이라 불리던!! ( 그렇다면 제1, 2 세계는 어딜까......)

영미문학 위주로 판이 짜인 우리의 서점가에 이런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다니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혁명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만 쓰면 너무 소설을 찬양하는 느낌이 들 것이고 줄거리를 다 적자니 또 스포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책은 설 연휴 직전에 배송되었고 열이 오르락내리락 내내 아팠다. 주로 책으로 그 시기를 기억하는 편인데,

이 책을 연상하면? 타이레놀 삼킬 때 기분+ 링거 맞던 날 병원 냄새가 먼저 떠오른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아팠다. 아니 거꾸로 아팠지만 이 소설은 계속 붙들고 있었다. 마감 기간을 지키지 못한 적이 거의 없는 편인데, 작정하고 마감 기간을 훌쩍 넘긴 지금... 1권은 아쉬워서 재독까지 한 상태....



아들을 사랑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비틀린 부성애,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의 삶은 그 책임감으로 많이 고달플 것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각 챕터가 다른 화자의 관점으로 시간 배경도 과거를 오가며 서술된다. 의미 없는 조연이라 생각했던 인물을 무심히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내가 알던 기사단의 의미와 사뭇 달랐다. 소설은 호불호가 강할 것이다. 피의 자식들이라 불리는 기사단에서 행해지는 의식, 마법의 양성성이라는 행위가 알고 보면 동성애+ 강간이라는 심적 부담감이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동성애라서 불편한 게 아니라 그 적나라한 행위 연상되는 장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편함이 올라오는 대목에서 마음을 다잡고 읽는 나의 독서가 무엇보다 즐거웠다. 힐링 소설, 상큼 발랄 로맨스보다 이런 불편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소설을 좋아한다 (변태.....?) 원래 나의 존재가 빛이 아니라 어둠 쪽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결핍으로 허덕이는 등장인물을 보면 더 공감하게 되는 것은 내 안의 결핍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격변,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 리뷰 첫 줄과 두 번째 줄은 좋아하는 분의 글을 그대로 옮겨왔다. 우리는 서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읽었을 때 마치, 내가 쓴 문장인가 싶었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넘 반가워서 두 줄은 그대로 옮겨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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