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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 ㅣ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6
마이클 하워드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0월
평점 :
마이클 하워드(지음)/교유서가(펴냄)
밀리터리 덕후로써, 세계대전사는 언제나 흥미롭다. 책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질문한다. 무려 100년 전 전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기억하지 않으면 잊힌다. 잊었기 때문에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다. 러시아를 보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잊은 것은 죄 없는 민간인들의 죽음이다.
책은 1914년 유럽에서 시작된다. 전쟁의 양상과 과정, 당대 유럽의 분위기, 전쟁 직전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미국이 참전하게 된 계기, 1918년까지 상황을 큰 흐름으로 묘사해놓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전쟁!! 적보다 무서운 것은 어린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장군들, 수뇌부이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하나의 이유보다는 좀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던 전쟁이다. 기존에 내가 세계대전 관련해서 읽은 책들이 주로 미국, 영국, 독일 작가들의 책. 그들 각자의 해석으로 서술된 벽돌 책이었다. 너무 상세한 묘사로 읽어온 세계대전이라 이렇게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어보고 싶었다.
전쟁만큼 인간을 비참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제1차 세계대전을 떠올리면 참호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간 어린 병사의 얼굴, 겁에 질린 민간인들, 융단 폭격의 흑백 영상이 떠오른다. 전통적인 보병과 기병 중심이 아닌, 기관총 대포 독가스 등 각종 무기의 실험장이었다. 이전에 전쟁이 사진이 남겨져있지 않아서 막연했다면 세계대전은 영상과 사진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소모적인 전쟁, 서로 죽고 죽이기 대결에서 먼저 두 손 두 발 다 드는 쪽이 패배하는 전쟁, 그 많은 피의 대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독일의 경우 인구의 6분의 1을 동원했고 그중 180만 명이 사망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나라인데, 제2차 세계대전에도 또 군사를 동원하다니 정말 놀랍다!!
교과서에서 기억나는 챕터 제목은 2학기 사회에서 (사라예보의 총성)이라 불리던 합스부르크 왕가 후계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사건, 중학교 때 본 로판의 영향으로 황태자 부부가 젊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읽은 전쟁사에서 나이 지긋한 부부였던 사진을 보고 충격받은 적 있다 ㅋ) 전쟁에서 이유는 명분일 뿐,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황태자 따위는 아무 관심 없고 서로 땅따먹기 싸움에만 혈안이 되었다. 솜 전투바 베르됭 전투에서는 하루에 수만이 죽는 등 끔찍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말리려는 생각보다는 서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승산을 내걸었다는 점이 놀랍다. 그리고 전쟁이 몇 달 만에 끝날 것이라는 착각들을 했다는 점!! 작가의 문장에서도 드러나지만, 1915년쯤 와서는 전쟁을 하면서도 그들 스스로가 전쟁의 원인, 그 시작된 이유를 잊었다는 게 정말 한심하고 답답하다.
1916년 전쟁은 차츰 길어질 분위기였고 소모전 양상 분위기, 1917년 미군의 참전, 기존 전쟁과 달리 패배의 양상이 보이는데도 국민들을 동원하고 계속 물자를 쥐어짜내고 징병했다는 점 역시 놀라운 부분이다. 책 후반에서 이 책을 좀 더 충분하게 해 줄 각종 참고 도서 문헌이 공유되어 있고 역자님이 보태신 책까지 읽는다면 좀 더 방대한 세계대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독일인 저자가 쓴 늑대의 시간을 병렬하게 되었는데, 전쟁사는 연합군과 독일의 관점 가능하다면 일본인 저자의 관점 등 다각도에서 접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차 세계대전이 무서운 것은 뒤에 곧 닥칠 2차 세계대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보다 더 더 무서운 것은 이들 전쟁을 다 겪고 보고 들은 세대가 아직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전쟁(어쩌면, 여차하면? 3차 세계대전)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