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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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훈 사진 에세이/ 한겨레 (펴냄)









국도를 가다가 만나는 시골의 풍경은 늘 정겹다. 일상이 아닌 가끔 마주하는 장소이기 때문일까? 먼 훗날 언젠가 나이 들어서의 시골살이를 생각해 보면 막연한 느낌이다. 마을을 지날 때 만나는 폐교들. 한때 학생들 웃음소리로 북적였을 장소가 버려진 채로 방치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리다.



'분교 사진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저자. 그의 사진 소재는 비, 눈, 물이라고 한다.










도시 생활이 지칠 때면 카메라 하나를 들고 시골로 향한다는 저자.

1997년 경기도 우음분교의 장면 사람이라고는 선생님 한 분과 학생 한 명뿐인 운동장.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는 저자.



그의 시선은 분교에서 나무로 향한다. 저자가 바라본 나무들은 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어린 단종의 죽음을 지켜본 나무....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된 거대한 소나무 관음송. 청령포의 단종 어소를 둘러싼 소나무 관음송. 둘레만 약 5미터 되는 이 나무의 수령은 대략 600년 정도라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 청령포에 가 본 적이 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청령포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탔는데 같이 간 사람들은 당시 노산군(단종) 연령대의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단종의 거처에 단종 모형을 만들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같이 간 분들과 함께 훌쩍였던 기억. 해설해 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한양에서 그 먼 거리를 걸어온 단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할아버지 세종대왕의 사랑을 받으며 궁에서만 살았던 왕. 어질기만 한 아버지 문종과 어머니 현덕왕후....



책에 수록된 청령포 사진이 두 장이었는데, 이 사진만으로도 그날의 피눈물이 재현되는 듯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마구 베어진 나무들. 올림픽이 끝나자 나무들이 베어진 자리 지어진 건물들 역시 관리인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함께 성황제를 지내던 나무들. 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나무가 좋다.




학창 시절 추억의 한편에 나무가 있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도 큰 소나무가 있다. 몇 년 전 가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나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타임캡슐을 만들어서 내가 끼고 있던 목걸이를 친구의 반지와 함께 묻었고 스무 살이 되면 다시 찾으러 오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잊었다.




영남 유림의 마지막 유학자이신 추연 권용현 선생의 유가의 전통 의식에 따라 유월장으로 치러졌다. 내가 사는 도시 박물관에 관련 사진 자료가 있어서 알고 있다, 마침 그 장면을 이 책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다. 그 사진을 찍으신 분이 저자인가 싶은 반가운 마음.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저자가 자신의 진짜 하고 싶었던 사진 공부로 길을 바꾼 과정도 흥미롭다.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 가슴으로 봐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












나무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

나무를 닮고 싶은 나.....


들뜬 감동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꾸만 먹먹해져서, 멈추기를 반복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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