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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긍정일력 (스프링, 탁상) - 선생님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명화와 글 365
김성환 지음, 이지안 도슨트 / 더블북 / 2023년 12월
평점 :
품절
글 김성환/ 큐레이션 이지안 ♧ 더블북(펴냄)
최근의 기사를 보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태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어릴 적 학창 시절에 선생님의 범접할 수 없는 근엄하신 모습을 지금과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물론 권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권위를 내려놓는 것과 자부심을 내려놓는 것은 다른 의미다. 최근에는 교사로서의 자부심마저 내려놓은 분들을 주위에서도 종종 본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본인을 한낱 교육공무원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양과 음이 있어서 한쪽이 아프면 언젠가 다른 쪽도 영향을 받게 된다. 교사들이 권위가 아닌 건강한 자부심으로 학생들 앞에 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하면서 그 아픈 마음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는 선생님들!!!
코로나 직전까지 도시와 시골의 경계에 있는 학교에 출근했다. 새로 생긴 학교라서 첨단 시설을 두루 갖춘 학교, 학생 편의시설도 정말 최상이었다. 한 반에 다문화 학생들이 2명 많게는 5명까지 있었다. 피부색이 다른 친구도 있었다.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이나 이모, 고모와 연락할 일이 있었다.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시집온 지 무려 10년이 되는데 한국말 소통이 안되는 어머니도 있었다. 도망갈까 봐 시어머니가 저 먼발치에서 나와 학생 어머니를 감시하듯 바라보고 서 있는 경험도 했다. 언어소통을 위해 학생 할머니와 통화할 때, 자기 며느리(외국인)를 흉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많다. 피부병이 심해서 아픈데 왕따까지 당하는 아이도 있었다. 필리핀으로 가버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도 있었다. 온종일 급식카드를 목에 매고 밖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당당히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때우는 아이도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면서 아이를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싸우다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었다.... 그 해 나는 마음에 병이 들었다. 요즘 말로 현타가 온 것이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내 마음을 스스로 치유할 수 없었다. 아픈 마음을 오래 놔두면 스스로 자정 능력을 잃어버려서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다. 그때 나는 우연히 초대권으로 받아 연극 《햄릿》을 보았는데, 연극 내용과 무관하게 관람시간 동안 불 꺼진 객석에서 혼자 울었다. 울고 나니 체증이 내려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달력 첫 페이지에 열두 달 버킷리스트를 적으며 또 한 장씩 넘기며 하루를 보내는 마음(물론 지금은 방학이지만)이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에는 일도 스트레스도 짜증도 잊을 수 있었다. 다만 달력에 그려진 명화와 단어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달력 오른쪽 하단에 쓰인 〈오늘의 단어〉가 마치 나를 위한 쓰인 문장 같았다.
교사뿐 아니라, 그 누구의 책상에 놓여도 무방한 달력이다. 근래에 명화가 들어간 일력을 몇 권 선물 받았는데 그중 최고다!!!! 가족과 친구 & 연인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일력이다^^ 달력을 넘기며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