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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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펴냄)



소설을 끌고 나가는 세 축은 오민준과 샤오, 진영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제목에는 왜 두 여자일까?

나는 이 질문을 책을 덮은 후에 떠올렸다.... 읽는 동안에도 왜 생각지 못했을까?


세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감정이입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던 소설이다.


주로 새벽에 하는 작업인 청소 용역업자들의 쓰레기 수거 현장. 해가 뜨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어느 다큐에서 본 것 같다. 그들의 노고와 업무상 애로사항들.... 그날 새벽 아기를 만났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된 아기. 처음에 이상한 울음소리에 돌아보니 고양이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가고 바구니 안에 아기가 있었다.


민준은 동물의 사체, 사람의 오물이 툭 터져 나오기도 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치우는 작업 중에 아기를 발견했다. 아기라니!!!!



쓰레기를 이렇게 버리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지. 좀 살게 됐다고 사람 무시나 할 줄 알지. 쓰레기 하나 제대로 못 버리는 한심한 인간들이 서울 시민들이다. 다들 언젠가는 반드시 엄청난 대가를 치를 거야. p9



소설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아니 충격이다.


생계 때문에 대리모가 된 여자 샤오, 딸의 죽음으로 대리모가 된 여자 진영.



당장 돈이 필요한, 살 집이 없던 샤오, 그녀에게 짐 지워진 삶의 무게는 엄청 무거워 보인다. 정해진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진영의 삶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간 딸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차가운 병원 시체 안치실에서 발견된 딸의 주검을 보는 순간 실신했다. 그 자리에 자신이 누워있어야 하고 딸이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행보가 놀랍다. 특히 강영숙 작가는 한국일보 문학상, 백신애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많이 수상하신 작가님.



정자 제공자, 난자 공여자, 대리모, 실제 양육자.... 여러 사람을 거쳐 탄생하는 아기는 누구의 아기인가, 생명을 돈으로 가치 매기는 세상, 신체 건강이나 학벌 등으로 질적으로 더 나은 대리모가 결정되고 그 아이를 탄생시킬지 폐기할지 선택하는 과정은 이전에 내가 읽은 그 어떤 디스토피아의 소설보다 더 디스토피아적이다. 유독 한국 사회에서 대리모는 암암리에 돈으로 사고 팔린다.



비극적인 삶을 통해 작가는 과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 선택은 누가 하는가가능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현실을 희미하게나마 더듬더듬 짚어나가는 사람들의 사투가 눈물겹다.



분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유기되고 버려진 아기, 며칠 전 뉴스에서 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삶 소설이 우리 현실과 퍽 맞닿아 있다.

나는 좀 읽는 게 괴롭고 고통일지라도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허무를 찾아다니고, 내 안의 결핍과 마주하게 하는 이런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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