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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8 - 차이콥스키, 겨울날의 찬란한 감성 ㅣ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8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3년 12월
평점 :
민은기 (지음)/ 사회평론(펴냄)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고사리 손으로 처음 배우던 날을 떠올려보면....
유치원 담임 선생님(나는 해님 반이었다),
내 기억에 지금 생각해도 천사의 모습이신 나의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시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서 나도 피아노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고 며칠 후 엄마가 학원에 등록했재셨다. 내 기억에 여름이었던 어느 날, 유치원 마치고 피아노 학원 갔다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들고 집에 오는 길에 코피가 주르르 흘렀다. 하얀 원피스 위로 코피가 뚝뚝 떨어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서 선생님께 코피 처치를 해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 말을 못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나는 코피를 흘리며 집까지 왔고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 할머니에겐 귀한 맏손녀인 나는) 결국 피아노를 그만두어야 했다. 몸도 약한 애를 건사하지 못한다고 엄마가 할머니에게 무척 혼나던 기억, 엄마가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난처해하시던 장면이 기억난다. 이후 아홉 살 때 좀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고 그 이후 체르니 40번 중반부까지 쭈욱 치게 되었다. 어린 내 동생도 피아노를 배웠지만, 얘는 바이올린 좀 했다가 플루트를 사달라고 졸랐다가 마침내는 첼로까지 구입은 했는데 이도 저도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집에 악기만 그대로 방치, 결국 모든 악기는 내 차지가 되었다.
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이자 음악 이론 전공자, 《난처한 클래식 수업 1~8》 《음악과 페미니즘》 외에도 다수의 책을 쓰신, 한국의 1세대 음악학자.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게 다섯 살 때라고 한다.
모차르트로 시작되는 이 시리즈는 베토벤, 바흐, 헨델에 이어 제8번 차이콥스키까지 독자의 질문에 저자가 대답하는 문체로 쓰여있고 글씨체가 크며 필기노트라는 부분에서 클래식 지식과 사진을 통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우 매우 알찬 구성이다. 클래식 이론에 관해 많은 교양서를 읽었지만, 딱 이거다 싶은 책은 없었는데 이번에 난처한 클래식 수업 시리즈를 통해 이론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다.
차이콥스키 예술의 세계도 흥미롭지만, 그의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문학에도 영감을 주었고 나아가 국민 음악가였던 그의 대표적인 사생활... 성소수자였던 차이콥스키가 당대 러시아 시대를 어떻게 살아냈을까 싶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974년 정명훈 님을 시작으로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들. 백혜선, 손열음, 조성진 님 등 한국의 여러 음악가들이 입상을 하신 감동의 콩쿠르다.
데카브리스트의 난은 내가 읽은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에도 언급되었지만, 그 역사적 배경과 전개 과정이 이 책에서 또 자세히 언급되어 있었다. 러시아 음악을 깊이 알려면 러시아 역사를 모르고서는 힘든 것 같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전에 누군가 물었을 때 나는 글쎄요라고 대답했다.
최근에 쉬면서 꼬꼬무 108화 캄보디아 위안부 훈 할머니 편을 시청했다. 일본군 전쟁 피해자, 열일곱 살 나이로 동남아 전쟁지역을 이곳저곳을 끌려다니다가 한국말도 다 잊은 채 지옥의 삶을 견딘 할머니가 50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 대한민국. 비행기에서 내려 인터뷰를 할 때 한국말을 하나도 목하는 할머니 입에서 흘러나온 아리랑이...... 정말 놀랍고 슬픈 장면이었다.
나는 그때 아! 음악이란 이런 거구나.... 50년간 잊힌 기억의 문을 열어주는 언어 너머의 언어가 바로 음악이다!!
덧. 새해 결심 책 안 읽고 최대한 많이 놀기, 제대로 놀기랑
작년에 실천하지 못한 계획 중 하나!!
슈베르트 즉흥곡 Op.90 No. 2 작년에 연습하면서 나는 정말 끝도 없이 좌절했는데
신들린 손을 정말 미친 듯이 한 번 연주해 보고 싶은 곡!!
이것 하나 만은 꼭 완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