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꽃망울이 벌어졌네 푸른사상 산문선 53
권영민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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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산문집/ 푸른 사상(펴냄)








문장도 좋지만, 책 사이 페이지를 연결하는 챕터 제목에서 그려진 삽화가 다정하다. 작은 꽃, 나무 등이....


수선화가 두어 송이 벌졌다고 전화를 하신 어머니, 저자는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울린 전화벨 소리에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 아마 보통의 자식들이 그럴 것이다. 어머니에겐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일이 매우 큰 사건이다.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이 된다. 어른들은 식물과 잘 소통한다. 우리 엄마만 해도 그렇다. 키우는 꽃과 나무에 물을 주면서 그냥 주지 않는다. 꼭 인사를 한다. 잘 자라라고... 식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펼친 책이다.






한 편의 소설 같고 동화 같았다. 저자의 어린 시절 솜씨 좋은 어머니의 바느질 덕분에 꼬마 신랑이라는 별명부터, 누나와 매부의 딸 결혼에 반대했다가 어머니 마음 상하게 한 일, 감나무에 감꽃이 피는 집, 할아버지께 회초리를 맞던 일, 봉숭아 꽃물을 들이던 다섯 살 많은 누나, 엎드린 채로 백범 일지를 읽어주시던 아버지, 한없이 사랑을 주시기만 하던 할머니, 그리고 고향 집에 책을 몇 박스나 실어 보내야 했던 일, 책꽂이를 주문하시는 어머니,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고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당선된 일. 마친 신춘 발표 시기라 이 문장을 보니 더 설렌다....






자식들이 결혼을 하고 빈 둥지 증후군, 어머니의 아픈 가슴을 헤아리지 못한 저자의 마음. 아들들은 그렇다. 아들을 박사님이라 부르는 어머니. 어머니도 여자라는 생각....





" 이렇게 큰 집의 모든 방이 패하니 비어 있어서 까닭 없이 적적했는데 책방이 생기니 좋아. 빈집 같지가 않아."






참 많은 사랑을 받으신 분 같다. 어머니 임종 장면은 정말 슬펐다. 한 편의 에세이가 이렇게 흥미롭다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책이다. 읽는 내내 웃음이 머물고 또 그리움에 가슴이 아린다. 내 어머니, 내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서..... 아마 우리 모두의 어머니, 할머니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과 조부모 가족에 대한 사랑, 문학에 대한 열정, 문단과 문학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삼 년 후 고향 집은 철거되었다고 한다. 읽는 독자로 그리움, 마음이 아리다...... 마치 우리 모두의 고향이 사라진듯한...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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