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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평점 :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지음)/ 푸른숲(펴냄)
신은 죽었다고 니체가 말했다.
그러나 니체 사상을 읽어보면 니체는 그 누구보다 신을 사랑했다. 니체는 신을 믿는 인간들을 증오했고, 그들이 자신들의 유리한 방식으로 신을 폄하하고 재단하는 것을 증오했다.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나도 니체의 말에 공감한다.
책의 저자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먼저 읽은 독자들의 칭찬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저자는 철학에도 능통하신 것 같다. 책의 많은 부분에 철학과 저명한 문학 저서들을 인용했다. 랠프 월도 에머슨,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의 문장이.....
그것도 참으로 시의적절한 장면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또한 독자를 긴장시킨다.
무려 30년 전 이 마을에는 끔찍한 살인 사건, 토막 살인 사건이 있었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화형', '사체 절단' 등의 용어 그 뜻을 알아버린 소녀가 있다. 책의 주인공이자 죽은 소녀 아나의 언니 무신론자 리아. 소설은 여러 시점으로 전개된다. 리아, 마테오, 마르셀라, 훌리안, 카르멘으로 이어지는 각자 입장에서의 서술을 소설은 하나로 모은다. 같은 일을 두고 바라보는 이의 시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알프레도는 30년간 사건을 추적한다. 언니 카르멘의 아들 마테오에게서 모든 것을 전해 듣게 되는데....
그놈의 종교가 사람 목숨보다 가치로운 것일까? 나도 종교를 믿는 사람이지만 감히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소설이다.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이 번역된 소설가...
책을 여는 문장에서 "하느님 없이, 저들만의 대성당을 짓는 이들에게"라는 문장은 정말 큰 울림을 준다. 이 문장을 이 따위 모든 믿는 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오늘날의 타락한 종교와 그 지도자들에게 가장 먼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신을 죽인 여자들에서 신은 = 등장 인물인 아나(죽은 여자)로 묘사되는 부정한 여자들, 혹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인 것 같다...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불법 임신 중절수술을 받다가 사망하고 있다. 혹은 남자 없이 아이를 낳아 미혼모로 어렵게 살아가거나.....
섹스도 사랑도 '남'과 '여'가 똑같이 나눈 행위인데 왜 한쪽은 '처참한 대가'를 치르는지 묻고 싶다. 인류의 절반인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대답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