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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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은 장편소설/ 은행나무 (펴냄)







기운 달과 함께 저물어가는 기억들.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끝나고 있다.

'생명의 빛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맹목적이었다'라는 소개 글이 너무 와닿는 표지의 소설 라스팔마스는 없다.


'바다'가 '집'이자 '운명'이었던 남자가 있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후, 하루아침에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남자 이름은 규보. 한 원장에게서 전해 받은 아버지의 usb, 아버지가 쓴 글을 읽으며 규보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아... 기름배를 모는 선장의 글쓰기라니 좀 의외다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원고는 선장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들어가고 세상과 화해하는 하나의 관문이었다. 어떤 방식이든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취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바다를, 배를 이해하는 것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길일까? 생각해 보았다.


바다는 늘 거기 있다. 물안개나 비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해일이 일고 태풍이 쓸고 간 뒤에도, 성질이 난 바다가 섬을 삼키려 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바다는 마음을 바꾸고 자리로 돌아가. 해를 보드랍게 어루만 지작 거리거나 투명한 물빛을 내어놓으며 이리 들어오라 하는 거야. p112


아버지의 글이 환상 속, 사람들의 증언이 현실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대서양 카나리아 간도 지도 상에 살아있는 라스팔마스


는 없는 섬인가? 소설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이 있는 섬마저 지워버린다. 어쩌면 이름 자체로 사람들의 바람과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처럼.....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심지어 기능조차 모르는 필름 카메라를 떠올려본다. 가끔 어머니의 옛날 사진, 낡은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면 너무 낯선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어머니는 어린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원해 어머니로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작품 속 규보도 그렇다. 아버지를 인정하고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이 느리지만 무척 낯익다.



2023 우수출판 콘텐츠 선정작,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는 작가는 바다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작가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쓸 수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본격 해양소설의 시작인 이 책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덧.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오래전 사진을 펼쳐 본 적 있나요? 아니면 오래된 흑백사진을 만날때의 기분은?

한번 펼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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