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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크
라문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2월
평점 :
라문찬 장편소설/ 나무옆의자(펴냄)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동식은 오토바이 헬멧을 쓴 남자에게 수차례 칼에 찔린 채 쓰러졌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날이었다.
소설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라문찬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추리소설을 사랑해서 필명도 라문찬이라 쓴다. 레이먼드 챈들러, 에드거 앨런 포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라문찬.....
책에서 내 개인적인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범죄 프로파일링의 세계 자살로 결론난 사건에서 타살이라는 확신을 얻은 형사의 모습, 끈이 목 부위를 어떻게 압박하여 생긴 상처인지 그 위치만 봐도 자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데 참 신비로운 세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인 1980년대라는 시대가 주는 이미지다. 이른바 지금의 586세대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인식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대학생들, 그들 나름의 계보와 실체에 대해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최루탄 연기에 쓰러지던 친구를 일으켜 세우며 참 대한민국을 만들자던 그들은 산업화 시대에 어지간히 좋은? 대학 나오면 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취업해서 정년퇴직을 보장받았으며 퇴직금으로 재테크를 해서 우리 사회 자본의 축이 되었고 학생운동이라는 자랑스러운 훈장을 달고 우리 사회 정치권에서 맹 활약 중이다. 갑 of 더 갑이 된 세대, 그들 스스로는 불행한 세대라고 하지만 다른 세대들이 볼 때 운이 없지 않았던??? 이렇게 쓰면 너무 삐딱한가? 나는 그들 중 일부를 말할 뿐이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훨씬 더 많다.
한때 절친이었으나 각자 다른 삶을 살다 30년 만에 재회한 경석과 성찬의 삶은 그들 둘만을 서사하지는 않는다. 마치 우리 사회를 그대로 재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학생운동을 하다 낙인찍혀 제대로 된 직장을 자잡지 못해 평생 아웃사이더로 일용직 노동자로 삶을 마감한 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사람을 나는 위인이라 부른다. 북한의 대남공작과 지하당 사건 역시 잊힌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미영을 향한 경석의 음모, 죽음을 앞둔 성찬..... 무인함 드보크의 비밀은........? 강도, 자살, 교통사고로 잇달아 죽은 지하당 옛 당원들의 운명은....? 그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이 매우 속도감 있고 흥미롭다.
정치는 흑과 백을 따지지만 진실은 언제가 회색빛이야. 그래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결국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해. 그래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기자의 소명이지. 한쪽 진영의 편에 서서 회색을 흑과 백으로 덧칠하는 순간 진실은 멀어지는 거야... p31
진실은 언제나 회색빛이라고 한다. 모모의 회색 인간이 생각나서 나는 회색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위문장을 읽으며 최근 우리 사회를 봐도 그렇듯 회색빛, 회색이 달라 보인다. 다르게 다가온다.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