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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4/pimg_7853912274093507.jpg)
래빗홀(펴냄)
SF의 세계, SF의 우주를 배명훈의 소설을 통해 체험하는 요즘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SF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늘 실현시켜 주는 작가 중 한 분. 입이 짧?아서 먹지도 못하는 간장게장을 먹고 싶게 만든 소설이다^^ㅋ
셀러리를 깻잎 대신 들여온다는 이유로 온실 책임자를 죽이는 세상 《붉은 행성의 방정식》 출간일 라이브 영상에서 작가는 말했다. 행성에서 시행할 만한 어떤 국제적인 법이나 규약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지구에서의 강대국이 저 멀리 우주에서도 강대국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얘기.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는 우주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소설에서 다뤄지는 광물학자인 피의자를 어떻게 심판하는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성에서의 삶은 더욱 지구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날 아침에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서 발견되는 것. 이 행성에서는 그게 사건이야. 여기는 차가운 지옥이지만 우리는 매일 그 사건을 일으키고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공동체의 모든 자원을 다 쏟아부어서 아침마다 일으키는 기적이지 P40
문과 출신의 저자가 외교부의 연구 의뢰로 『화성 이주 연구』에 관한 실제 보고서를 쓰던 중 아이디어를 얻어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진 우리가 원했던 작가. 화성으로 이주해 온 후 인간들의 삶은 어떨지를 고민한 노력이 느껴졌다. 언젠가 SF를 읽고 토론하면서 지인들에게 해 본 질문이 있다. 만약, 지구 멸망을 앞두고 화성으로 이주한다면 가겠느냐고? 나는 단연코 안 가겠다고 생각했다. 왜 가지 않는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지구와 함께 끝을 맞이하겠다고^^ 저자의 생각도 나와 비슷했다. 반가운 동지의식이^^
화성에서 쓸모 있는 사람......
화성에서 쓸모없는 인간......
두 존재 사이의 간극은 얼마나 되는 걸까....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작품은 《행성 탈출속도》였다. 죽을 각오로 화성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왜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를 원했을까? 화성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시대, 그 아이에 대한 기록은 데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자라 다시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세상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 화성처럼 척박한 곳은 더 그렇다. 누군가 그 공허가 수로 가득 해워져 있다고 주장한다면, 옆에서 그 작은 창을 함께 바라보고 있던 동료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여줄 것이다. 채울 수 있으면 채워보라지. 그래 봐야 이건 텅 빈 행성일 뿐이라고.
작가의 관심사는 '개인'에서 시작하여 집과 가정- 동네- 지구- '우주'로 확장된다. SF라는 우주가 우리 삶과 그리 멀지 않다는 것, 삶에서 일어날만한 문제들은 화성에서도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지극히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작가의 사유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