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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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얼 스파크(지음)/ 문예출판사(펴냄)









전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에 속했다는 그가 왜 국내에 널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나만 몰랐던가?^^ 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뭐가 좋을까? 작가는 독특한 곤란함 속으로 독자들을 밀어붙인다.


총 11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그의 작품집. 여든여덟 살의 나이로 영면하기까지 고통 속에서도 집필을 멈추지 않은 작가. 시와 소설 등 다양한 글쓰기를 지속한 작가다. 리투아니아 혈통의 유대인 노동자의 딸. 시인이자 몽상가로 불린 학창 시절,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를 통해 1961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을 꼭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가장 충격적인 표제작 《운전석의 여자》 책표지를 보고 섬뜩한 스릴러, 매혹적인 이야기라 예상했었다. 운전석의 여자가 살해되던가 아니면 주인공 여자가 상대방을 살해하는 이야기일까 내 마음대로 유추했었고 이야기는 내 생각과 너무 다른 반전이었다.


소설은 이미 30페이지쯤 왔을 때 주인공 리제의 죽음을 암시한다. 아니 암시가 아니라 대놓고 죽을 것이라는 문장이 ㅜ.ㅜ





내일 아침 그녀는 다수의 자상을 입고 손목은 실크 스카프로 발목은 남성용 넥타이로 묶인 채, 현재 14번 탑승구에서 탑승 중인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낯선 도시의 공원 안 텅 빈 저택의 장원에서 시체로 발견될 것이다 p31





죽음을 암시하는 문장이 초반에 언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더욱 팽팽했다. 소설의 마지막 결말까지도 눈을 뗄 수 없는 불편함, 긴장감, 신경증........ 리제는 왜 죽어야 했는가? 독자들은 그녀가 죽을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더 긴장감이 높았다. 읽으며 계속 나는 두 손을 모았다가 폈다가 평소 긴장할 때 하는 습관들이 튀어나왔으니... 소설이 평소 예민한 나의 감정 선과 매우 비슷했고 그래서 익숙하다라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






소설에는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예민하고 신경증적인 여자,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여자, 투표권을 주장하는 여자, 여사장, 남자들의 미성숙함에 맞서지만 자신도 어딘가 불안정한 여자 그리고 시대상, 당대의 사회 분위기에 종교적인 색채 등을 암시하는 문장이 잘 녹아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책 소개 글을 보았지만, 장르적인 규정도 불가한 소설. 그 어떤 전형성도 비켜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소설이었다. 1950~80년 사이 꽤 긴 기간 쓴 중단편 모음이라 이 책이 하나의 시대사, 연대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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