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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ㅣ 에를렌뒤르 형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10월
평점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지음)/ 영림카디널(펴냄)
완독한 지 꽤 된 책 리뷰를 깜빡!! 아... 나도 이럴 때가 있다니 놀랍 ㅜ.ㅜ
무심한 성벽은 말없이 저 홀로 꿋꿋하고
바람개비는 바람에 덜컥거리는데 P48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가 소설에 언급되어 있다. 독자들이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시의 한구절, 에를렌두르 형사가 사건 수사를 하던 도중에 떠올리는 시구절이다....... 이 문장이 내게 꽤 긴 여운을 주었다. 횔덜린 그는 괴테와 실러의 그늘에 가려져 평생 인정받지 못한 시인, 가난과 정신착란에 시달리며 불우한 삶을 살다간 시인이다. 불행했던 시인과 주인공의 삶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 무심한 성벽은 주인공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었을까? 바람에 덜컥이는 바람개비는 주인공의 불우한 삶의 은유인가?!!!!!) 이런 포인트는 내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전날 레이야비크의 유명 호텔 지하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빨간 산타 복장에 흘러내린 산타 모자가 얼굴을 덮고 있었고, 단추가 다 풀어헤쳐진 채로, 가슴에는 끔찍한 상처가 심장을 관통했다. 최고로 행복해야 할 혼자 호텔의 지하에서 희생된 사람은? 그는 이 호텔에서 무려 20년간 일했던 도어맨 구드라우구르......
한 직장에서 무려 20년을 일하고도 마치 유령처럼 살았던 걸까.... 그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이는 몇 없었다. 도대체 누가? 왜? 그를?
호텔을 방문한 음반 수집가로부터 알게 된 뜻밖의 정보!!!!!!!
독자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이 미스터리 작품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아픈 실체가 드러났다. 살해당한 구드라우구르와 그리고 사건을 맡은 형사, 그리고 딸 에바.......
최근 이슈인 약물중독, 아동 학대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작가다. 소설은 어둡고 절망 가득한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덧. 우리는 무관심 속에서 또 누구를 죽였을까요? 횔덜린의 시처럼 무수한 성벽들 저 혼자 잘난 사람들은 우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지? 팔레스타인에서 그 많은 아이들이 하마스의 인간 방패로 죽어갈 때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것처럼.....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 VS 첨단과학을 등에 업고 부를 누리는 이스라엘이 지은 죄는 그들의 신이 심판할 겁니다!!
덧 2. 아이슬란드 이름이 넘 어렵다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나 형사 이름이 입에 안 붙는 점 ㅋㅋ. 이런 분들께 러시아 문학을 추천드리고 싶다 ㅋㅋㅋㅋ 러시아 문학 한 번 다녀오시면 아이슬란드 이름에 빠른 적응을!!!!
아이슬란드식 이름은 대체로 덴마크 지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식민지라는 관점에서 친밀감이 느껴지는 이 나라는, 무려 14년간 성 평등 지수 1위의 나라라고 한다. 세계 1위의 나라는 어느 정도인지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