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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9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평점 :
하인리히 하이네(지음)/ 을유문화사(옮김)
최근에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결국 독서는 내 취향을 깨닫는 과정'이다.
내가 읽은 한국 단편소설 중 인상적인 작품, 단연 최고라 꼽을 수 있는!! 현진건 선생님의 1924년작 《운수 좋은 날》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돌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내 인생 작가님이신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지하로부터의 수기》 같은 작품을 왜 그렇게 몸서리치게 좋아하는지, , 또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그리고 안톤 체호프의 단편을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영미 문학에는 상대적으로 좀 냉담한 입장인데, 굳이 언급하자면 프랑스의 모파상 《여자의 일생》, 《목걸이 》 영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님들 찰스 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빅토리아 시대의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까내리는 장면, 에밀리 브론테가 《폭풍의 언덕》에서 개인의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과 광기 등 심리와 갈등을 꾸밈없이 표현한, 있는 그대로의 인간 본성을 담은 작품들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제야 알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실주의였다. 나는 사실주의가 뭔지도 몰랐고, 그냥 인간사의 민낯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좋아했던 거다. 나 스스로 낭만주의 작품, 로맨틱한 환상 문학을 좋아하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취향이 없는 인간인 줄 알았다.....
이러다 또 이 리뷰 넘 길어질 것 같은 느낌 ㅎㅎㅎㅎ
낭만주의로 대표되는 시인이지만, 그의 시에는 리얼리즘이 바탕에 깔려있다.
19세기 독일문학을 만나는 기쁨!! 세계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로렐라이》의 작사가이자 혁명 시인, 괴테에 버금가는 오히려 괴테보다 더 많은 시가 노래로 재해석된 시인, 그러나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정작 조국 독일에서는 반대파 때문에 그 시비, 추모 비석 하나 세워지지 못했던 비운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저자의 대표 시와 여행기 2권 2판 서문이 먼저 읽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북해》연작과 중편 『이념 _ 르그랑의 책』 순서로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하이네를 그냥 낭만적이고 로맨스적인 사랑 시의 대가로 알고 있었다니 부끄럽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는 대부분 하이네 초창기 시들이다. 정작 그의 인생 후반기 마르크스를 만나고 난 후의 저항시, 혁명 시, 풍자시는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는 점^^ 청년 독일파로 급진적 대표 시들은 훗날 히틀러에 의해 불태워졌다.
책을 불태울 줄 아는 인간들은 사람도 불태운다. 진시황이나 히틀러를 보라!! 금서로 정한 후 수많은 인류 무형의 가치 책을 불태우더니 학자들도 화형 시키고, 가스실로 끌고 가지 않았나.....
하이네만큼 저항 시인, 혁명 시인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고 치면 누구를 비교하면 좋을까.....? 우리의 근현대사도 마찬가지다. 맨주먹의 사람들에게 집단 발포 명령을 한 것은 누구인가? 광주 민주화 항쟁과 제주 4.3민주화 항쟁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는 이유로 작가들은 끌려가고 고문을 당하고 책은 금서로 압수되었다.... 그 사례는 여기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역사는 어쩜 이리 되풀이되는 걸까? 우리가 하이네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하인리히 생전에 북해의 섬에 두 번 체류하였다. 《노래의 시》를 통해 운문을 인정받았다면 이 책 수록작인 《북해》연작시를 통해 산문시도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 생전에 북해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 출간하고 싶었던 소망을 그의 사후 167년이 지난 지금 완성되었다는 점, 그렇게 사랑 시를 노래했으나 정작 제대로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한 남자. 구둣방 아가씨 18세 연하 마틸데와의 사랑, 그리고 죽기 이틀 전에 그를 찾아온 과거의 여인과 마지막 장면 눈물이 쏟아진다.....
괴테와 함께 어쩌면 괴테보다 더 인간적인 시인,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벅차다. 내 심장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만큼!! 올 연말은 하이네 시와 산문을 더 찾아볼 생각이다.
역자 후기에서 하이네 시를 모자이크로 표현한다. 그의 시는 처음 접하는 독자가 읽기 쉽지는 않다. 하이네의 시를 개별 조각의 아름다움에만 만족하지 말고 뒤로 한 발 물러서서 보라는 문장!! 거리를 두고 전체를 보면 하이네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 크게 느낄수 있다는 말에 진심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