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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06/pimg_7853912274073805.jpg)
프랑수아즈 사강(지음)/ 소담출판사(펴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사강이 말한 유명한 문장이다. 소설가의 삶과 책을 떼놓고 볼 수 없는 입장인데, 사강만큼은 희한하게도 개인적 삶이 어떻든 사강이라는 존재 자체로 좋은... 이런 감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면 좋을까?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 사강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는 오히려 거부감이 있었다. 프랑스 여성 작가라는 편견? 프레임을 씌워서 나는 그녀를 바라봤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여러 편을 읽으며 지금은 참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스캔들과 도박, 약물 중독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그녀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가? 그냥 볼 수 없었다. 아니 사강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작가가 사십 대 후반에 쓴 자전적 에세이, 사진 속 사강의 모습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 사랑스럽기만 하다. 프랑수아즈 쿠아레라는 본명을 갖고 있지만,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의 등장인물을 자신의 필명으로 삼았다. 이미 이십 대에 작가로서 성공한 그녀는 카지노에 가는 것을 즐겼다. 의외로 돈을 잃은 적보다 딴 적이 많다고 한다 ㅋㅋㅋ 스피드를 즐기다가 교통사고를 겪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도 사강답다.
전설의 보컬리스트이지만, 인종 차별로 쓸쓸한 삶을 살다간 빌리 홀리데이와의 만남, 말년에 시력을 잃은 장 폴 샤르트르에 대한 깊은 사랑, 극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이야기, 문학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작품성 논란과 동성애자로서 세간의 손가락을 받았던 테네시 윌리엄스와의 만남, 책은 사강 자신의 불꽃같은 삶을 담담히 서술한다. 마침내 나는 사강 그녀처럼 살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빌리 홀리데이는 재능을 타고났고, 자신이 혐오하는 것들을 지워버리듯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실현할 능력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을 감고 목구멍에서 재미있고, 냉소적이고, 너무나 상처받기 쉽고, 흉내 낼 수 없는... 일종의 신음과 같은 목소리를 통해내기만 하면 되었다. p29
사실 자동차는 자신의 조마사이자 노예에게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낯선 모든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아득히 먼 본래의 고독으로 돌아왔다는 역설족인 느낌을 준다. p98
태양이 거기에 내 손바닥 안에 있다. 나는 기계적으로 태양을 향해 손바닥을 내민다. 그러나 손을 다시 쥐지는 않는다. 시간과 사랑을 붙잡으려 애쓰지 말아야 하듯이 태양도 인생도 붙잡으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p176
사강의 문장은 경쾌하면서도 담담하고 또 슬프다. 나의 사강이여, 정말 자신답게 살다간 프랑수아즈 사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