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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처음에 이 책 읽기 시작해서 초반 에피소드가 너무 끔찍해서 한 이틀 안읽고 놔뒀어요;
전반적으로 무겁고 끈끈한 어떻게 보면 색정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p37
육체 구석구석에 반짝반짝 빛나는 금붙이나 천을 두른 두 여자가 마치 연체동물처럼
얽혀 춤을 추는 것이었다. 보는 동안 나는 왠지 메슥메슥해졌다.
두 마리 뱀이 새끼줄처럼 뒤얽혀 있는 모습이 연상되어서였다.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네요.
이모님 댁에서 곱게 자란 양갓집 규수 미야모토 오토네 양이 주인공입니다.
이모님도 제작년 돌아가시고 이모부(오토네는 백부님이라 부릅니다)와 같이 살며
가끔 찾아오는 수상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외삼촌을 부끄러워 하며
자애로우시고 인자하신 우에스기 백부님과 백부님의 누님인 시나코 님과 함께살고 있습니다.
근데 갑자기!
백부님 환갑 잔치를 준비하던 어느날, 변호사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백부님과, 삼촌, 그리고 변호사가 있는 응접실에 가자
청천벽력!
해외에 있는 먼 친척 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의 동생-가 살아계신데,
그분이 돌아가시면 전 재산 백 억 엔을 오토네에게 물려준다는!
근데 역시 조건이 붙죠 그래야 내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답지.
그 할아버지가 지정한 어떤 남자(다카토 슌사쿠)가 만약 살아있다면, 그사람과 결혼해야만 100억엔이 손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이제 혼담이 오갈만한 규중 처녀에게 서둘러서, 다른 혼담을 진행하기 앞서 이 소식을 전해주러 왔답니다.
그리고 이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
백부님의 환갑잔치에서 시체가 셋이나 발견됩니다.
삼촌이 데려온 댄서 한 사람,
그리고 100억엔의 조건이었던 그 남자 다카토 슌사쿠(팔에 다카토 슌사쿠와 미야모토 오토네 문신까지 새겨진),
그리고 백부님이 다카토 슌사쿠를 찾아달라고 고용한 탐정 이와시타 산고로.
이래서 100억엔은 어찌되는가?!
나중에 유언장 공개 자리에
그 노인의 후손 일곱이 모이게 되는데
오토네의 결혼과 100억엔이 다카토 슌사쿠의 죽음으로 무산되자
p97
"그 두 번째 조항이란 첫 번째 조항이 실행 불가능할 경우 백 억,
물론 상속세 같은 걸 제하면 반액 이하가 되겠지만
그걸 일곱 분에게...... 다카토 슌사쿠 씨나 미사오 씨를 포함해 아홉 분입니다만,
그 두 분은 죽었으니...... 남은 일곱 분에게 균등하게 분배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이 엄청난 유언이 초래한 죽고 죽이는 암투!
내용을 읽다가 우와, 정말 나쁜 사람이다. 꼭 일부러 싸우게해서 한 사람만 남기고
그에게 모든 행운을 물려주겠다니 악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분위기는 아까 말한 것 말고도 아크로바트 댄서나 이상한 변태 공연 같은 것이 자주 등장해서
무겁고 끈적끈적하고 그리고 섹시합니다.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저는 맨 마지막을 봐서 결말을 보고 나서야 읽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읽어야 하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고나니 후회되지 않네요
이 책이 읽는 사람을 꽁꽁 묶어놓고 숨도 멈추게 하면서 읽게됩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다 사람이 죽고, 그리고 사람을 죽게만드는 커다란 음모나 사건이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이 소설은 여자아이였다가 여자가 되는 오토네의 시점에서 시종일관 진행됩니다.
오토네가 나중에 숨어지낼때 쓰는 이 모든 일들의 기록들인데
긴다이치 코스케가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중에 어떻게 알아낸거지?! 하는 그런건 설명이 나오지 않아도 다 알것같아요
작품 전체의 히로인 긴다이치 코스케 장면을 많이 빼서 작품들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지 않도록, 각자 특성도 있고 안정감도 있게 만들어서 참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