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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설레는 제목이다.
짧은 여행을 다닐 때 어느 한 곳이 너무 좋으면 '아 여기서 한 달정도 살아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보통은 생각에서 그치는데 저자는 아이 둘을 데리고서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해낸다.
책의 앞에는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30 일동안 무엇을 했는지 한 페이지에 정리해놔서
루트를 참고하기 좋다.
한 달 살기하면 떠오르는건 시간이랑 경비,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인데 주인공도 이 모든걸 다 느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해뒀다.
경비도 어떻게 모았는지부터 !! 얼마를 썼고,
어디에 지출했는지 교통비 식비 등등 항목별로 정리해둬서
보면서 나에게 맞게 대략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게 좋았다.
짐싸는 정도도 얼마나 가져가는게 좋을지 알려준다.
한 달 이라는 기간동안 여행을 계획할 때 혼자 여러가지들을 짐작해서 준비하기는 어려운데
직접 겪은 정보들을 꼼꼼히 기록해서 실용적이고 도움되는 정보들을 준비부터 여행까지 다 담았다.
아이 둘과 함께한 런던,파리 여행기도 담겼지만, 여행지 정보랑 생활 정보도 빼놓지 않고 담겨있어 만족스럽다.
난 런던,파리에서 숙소를 구할때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팁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숙소 선택에 실패는 없을 것 같다.
그녀가 처음에 에어비앤비를 찾아 고생한 일도 사실대로 나온다.
아무래도 낯선 곳은 당황스러운 일 투성이지만 저자는 잘 해결해 나간다.
"키 박스는 있으나 그 유학생도 키 박스를 어떻게 여는 것인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멘탈붕괴!
이렇게도 눌러보고 들어보고 해도 키 박스는 열리지 않았다.
호스트는 계속 문을 열었는지 못 열었는지를 묻는 문자를 보냈고
본인이 멀리 있어서 오늘 오기는 어려울 거라는 문자도 보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p 80
그녀는 한 달을 머물 곳으로 런던을 고르고 한 달동안 한 곳에만 있기는 아쉬워 파리도 포함한다.
그녀는 본인이 갔던 장소의 이야기를 마칠때는
꼭 뒤에 그곳의 정보를 기록해뒀는데
가는방법, 운영시간, 주소, 때로는 덧붙이는 설명들까지 적어두는 센스를 발휘했다.
내가 제일 좋았던건 어딜가도 아쉽지 않게 다녔단 점이다.
세인트공원을 내 집처럼 매일 산책하러가고
책도 읽고 여유있게 벤치에 앉아도 있을 수 있던 것.
좋아하는 곳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매일 갈 수 있다는건 얼마나 큰 일인지
저자는 항상 안전한 숙소를 선택했는데 그럼에도
파리의 숙소는 루브르 박물관 10 분 거리였다.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거대한 곳은 다 보는데 수 일이 넘게 걸리는데..
여행객은 하루만 가거나 그마저도 사람에 치여 기억에 남도록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그런 곳을 몇 번이나 찾아갈 수 있지 않나
저자는 무려'4일이나 루브르박물관을 연속 방문했다.
"4일 내내 모나리자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관광객 대부분은 모나리자를 보고 "모나리자네!" 하며 한 번 바라보고
모나리자와 자신의 얼굴이 나오게 셀카를 찍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게 너무 아쉬웠다. "p366
내가 가는 날,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다음 날 오면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날씨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날씨에 따라 갈 곳을 내가 정한다는게 너무 좋은 것 같았다.
뮤지컬을 볼 때도 한 번은 너무 재밌게 봐서 또 다른 걸 보기로 했는데
세 사람이라 가격이 부담되니 아침 일찍 일어나 줄서서 현장판매로 데이티켓을 구입해서
반 값에 보기도 한다.
또 아이들과 걷다가 맛있는 빵집이 보이면 들어가서 빵을 사고
마트에서 서툴지만 어깨너머로 지켜보고 직접 바코드도 찍으면서 장도 보고
피곤할 땐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쉬기도하고.
어느날은 비가너무와서 돌아오기도한다.
"아마 런던에 온 후 처음으로 대낮에 집으로 돌아간 날인 것 같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층버스 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언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p211
확실히 시간이 긴 만큼 여유가 생기니
힐링과 여행 두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저자도 처음에는 여행지를 볼 때 투어를 신청하기도 하고
영어쓰는 것도 두려워했지만 갈수록 투어도 직접 다니고
필요해서 영어를 쓰다보니 나중에는 직원이 한마디라도 더 걸어주면 두려운게 아니라 반가웠다고 한다.
아이들도 당당해지는 모습이 책에서 보이니 나도 흐뭇했다.
"ketchup please. 이 정도만 말하던 아이들이었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기니 급하게 달려가 손짓 발짓하며 물어보기 시작한다.
한참을 직원분이랑 이야기하더니 의기양양하게 돌아와 알아낸 것을 말했다." p259
하루에 원하는 장소 한 곳이나 두 곳 정도만 천천히 둘러보고 귀가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라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한 달 살기의 장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고 여행 계획을 짜는데
가이드북 외의 실제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저자의 성격만큼이나 책이 꼼꼼해서 너무 좋다.
저자처럼 런던,파리에 머물 생각이 있는 사람이나
여행을 떠날 예정이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