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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의 과학 - 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
래리 영.브라이언 알렉산더 지음. 권예리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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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문도서] 끌림의 과학 -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

성과 사랑의 모든 측면을 뇌과학, 신경생물학, 사회과학적 차원으로 접근해 분석한 이 책은 수많은 동물, 사람 실험과 사례들을 통해 신빙성 있는 사실들을 제공한다. ‘사랑’, ‘성(sex)’, ‘동성애’, ‘모성애’ 등 여러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주제들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그동안 쉽게 알지 못했던 사실들과 특정 행위나 행동 패턴의 과학적 이유를 알게 됨으로써 원인을 이해하고, 특정 행동을 예측하거나 좋지 않은 상황들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특정 행위의 원인에는 이러한 측면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러한 측면이 굉장히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하나의 행위를 여러 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뇌, 섹스와 젠더를 결정짓다
생물학적 성별이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존 머니, 인간의 성 정체성이 유연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학습과 조건화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한 로버트 콜로도니, 윌리엄 매스터스, 버지니아 존슨의「성의학 표본」은 사람의 뇌가 자궁 속, 출생 직후, 사춘기 때 노출되는 안드로겐의 양이 양육 환경보다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줄리앤 임페리토-맥긴리 「뉴앵글랜드 의학저널」의 주장과 대비된다.
하지만 임신한 붉은털원숭이에 테스토스테론을 두 가지 시점(임신 초기, 후기)에 투여한 실험에서 임신 초기에는 성기의 형성을 조절했고, 후기에는 성별에 따라 뇌구조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붉은털원숭이에게 장난감을 내놓는 실험으로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사회화가 장난감 취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태아의 발달 과정에서의 호르몬 문제는 섹스와 젠더를 각각 결정하는 주된 역할을 하고, 그로 인해 우리들은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그들의 형태는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장류를 비롯한 여러 포유류는 동성애 행위를 하며 일부 수컷 랑구르는 성생활의 96퍼센트가 동성 교미다. 또한 일부 물고기(참바리, 도미, 블루헤드 놀래기 등)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 실제 성별과 외형상의 성별(여장 남자처럼)이 다른 물고기도 있다는 점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뇌에는 확실히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행동을 유발하는 기능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동성애 숫양에 암컷호르몬을 투여한다고 해서 암컷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로, 동성애 숫양이 동성애 취향을 갖게 된 것은 뇌가 그런 식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로 우리가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행동이며 그들을 정신병자나 고칠 수 있는 환자로 여기는 일이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동성애자라서 뇌가 다른 것이 아니라, 뇌가 달라서 동성애자인 것이다. 1989년 스왑은 동성애자 남성의 뇌는 여성의 뇌와도, 이성애자 남성의 뇌와도 다르다고 발표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호르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태아가 호르몬에 노출된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마침 성호르몬이 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점에 노출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냥 다른 거죠.” “성 정체성과 성적 취향은 둘 다 성호르몬과 발달 중인 뇌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앞서 보았듯, 생식기 형성을 촉발하는 호르몬 작용은 임신 초기에, 뇌 구조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은 후기에 일어난다. 타이밍의 차이라는 뜻이다. 이런 과학자들의 뇌 실험, 동물 실험, 여러 사례들을 통한 주장이 과거 여성을 차별하고 흑인을 차별했던 일이 오늘날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종을 울리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되어버린 사회는 무지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혹
성적 환상에 빠져드는 소년과 소녀는 호르몬의 세례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같은 이유로 배란일 전후의 젊은 여성들에게 생기는 변화는 놀랍다. 여성호르몬이 생리적 변화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뇌에도 영향을 주어 난자가 낭비되지 않고 수정될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한다는 사실은 여러 동물(암쥐, 고양이 등) 실험과 모든 생물 종의 암컷은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수컷 중에서도 바람둥이 유형을 가장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를 놓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사실은 여성이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뇌와 호르몬의 관련한 과학적 근거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주장의 가장 강력한 뒷받침이 될 수 있는 것이 스트립쇼 클럽 스트리퍼가 버는 금액의 차이다. 뉴멕시코 대학교의 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남성의 성욕을 가장 효율적으로 자극한 여성은 배란기 여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충격적이게도 관찰한 스트리퍼들은 배란일에 5시간당 평균 354달러, 배란기가 아닐 때는 5시간 당 평균 264달러를 벌었다. 90달러 차이였다. 남자는 물론이고 스트리퍼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또 다른 실험의 결과로, 배란기 여성들은 배란기가 아닐 때보다 더 섹시한 제품을 구매했다. 그리고 듀랜트는 남녀 모두가 경쟁 상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매력이 사는 지역에 있는 ‘경쟁 상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고향에서는 제가 섹시하다고 느껴요. 근데 로스앤젤레스에 가면 ‘내가 너무 초라해보여!’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거예요.” 그녀의 주장은 사실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여성이라면, 예컨대 젊은 여성이라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강원도 시골에서 자신의 매력을 가늠해볼 때와 가로수길에서 자신의 매력을 가늠해 볼 때 행동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욕망의 힘
정신의학자 로버트 갤브레이스 히스 교수는 인간의 뇌에 전극을 꽂는 실험으로 뇌의 특정 영역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실험 대상이 기분이 좋아지는―성적인 쾌감―현상을 발견했다. 물론 그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또한 파라다의 암쥐를 대상으로 한 간헐적 클리토리스 자극 실험에서는 쾌락을 발생한 공간을 기억하고, 환경과 쾌락을 결부시키며 쾌락의 강력한 경험이 본능마저 억누르는 현상을 발견했다. 성적 쾌락이 얼마나 강력한 현상인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성적 쾌감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것을 얻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이를 통해, 보상 학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파우스의 설명을 빌리자면 뇌의 메커니즘 때문에, 데이트하러 나가면서 행운의 양말을 신을 필요는 없지만, 딱 한 번 그걸 신고 갔더니 상대랑 잠자리까지 갔다, 그럼 다음에도 신는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성욕은 뇌에 에스트로겐이나 안드로겐이 많아질 때 내부에서 외부로 발산되거나, 생식기를 자극하거나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성욕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거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둔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젊은 남자가 벌거벗은 여자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요란한 소음에 둔감해지듯이 말이다. 이는 성욕을 충족하기 위한 신호만 집중해서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욕은 결국 우리를 성관계로 이끌고, 그럴 때 욕구 행동은 완료 행동(욕구가 성욕이라면 성관계로써, 식욕이라면 음식을 먹는 것으로써 욕구를 사라지게 하는 행동)으로 귀결된다. 또한 성욕은 우리의 윤리의식이나 자제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는 로웬스타인과 댄 애리얼리의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 수 있는데, 중립적인 상황에서는 성 윤리에 대해 바람직한 대답을 했지만, 성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데이트 여성에게 술을 먹이겠다는 의견이 많아지거나 수간, 삼인조 성관계 등의 답을 했다는 점에서 성적으로 많이 흥분한 상태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뇌 속에서 오피오이드와 도파민이 작용하면 자제력을 잃는다.
놀랍게도 인간은 누구나 페티시 욕구가 있다고 한다. 이는 파우스의 페티시 실험에서 쥐가 카다베린(죽음의 냄새, 시체) 페티시가 생기는 현상을 두고도 설명할 수 있다. 끔찍한 자극과 성적 쾌락을 연결시켜 그것에 대해 집착하게 만들거나, 성적인 접촉이 처음인 대상이 특정한 상황과 성적인 접촉을 연결시켜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욕 보상이 발생한 순간에 우연히 옆에 놓인 물건이 보상과 강하게 연결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불행하게도 페티시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 자신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극단적이며 파괴적인 행동으로 치닫곤 한다. 이런 성관계가 초래한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도덕성과 결부시키는 것과 더불어 뇌 구조와 유전자의 영향을 이해해야 특정 행위자를 이해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따라서 보상체계로 인한 지나친 욕망, 페티시 성향이 존재한다면(혹은 전전두피질이 손상되어 욕구를 억누르는 능력이 약해서 보상체계가 마음껏 날뛰는), 보상체계에 결함이 생기면 욕구를 병적으로 억누를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대부분 보상에 쉽게 유혹되고 보상 경험을 통해 강하게 치우친 취향을 발달시킨다. 뇌와 호르몬의 영향만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과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사회 속에 살아가며 도덕성과 성 윤리에 대한 옳고 그름도 구분할 수 있다. 성적 욕망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섹스의 무게가 가벼워진 오늘날 이러한 부분들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친밀감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자 근원인 ‘모성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엄마들을 엄마처럼 행동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뇌다. 모성 행동의 핵심은 본능이다. 모성애 역시 놀라운 실험이 있다. 1968년 제이 로젠블렛과 조지프 터컬의 암쥐 실험에서, 임신 후기에 접어든 암쥐의 피를 뽑아 짝짓기 경험이 없는 암쥐에 주입했더니 짝짓기 경험이 없는 암쥐가 새끼를 보자마자 어미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한 호르몬 변화의 기능은 새끼를 배 속에서 기를 수 있게 암컷의 몸을 바꾸고, 암컷의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 중 수많은 신체 변화와 호르몬 변화에도 불구하고 암컷이 아이를 돌볼 마음이 없으면 허사가 된다. 그 이유는 어미로서 행동하게 하는 것은 호르몬이지만 지속적으로 어미 노릇을 하게 하는 것은 보상이기 때문이다. 어미 노릇을 하는 것이 보상 때문이라는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낭만적 사랑의 관점에서나 철저한 과학적 관점에서나 결국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해, 아이를 사랑하기에 그 어떠한 이유나 목적 없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도파민 보상체계를 작동시키고 감각 신호, 느껴진 감정, 보상 효과, 전전두피질의 비활성화를 서로 연관시켜 모성을 부추긴다. 여기에는 모유수유와 자연분만에 중요성도 함께 따라온다. 유방 자극과 자궁 경부와 산도 자극은 엄마와 아기의 유대를 강화시킨다. 엄마도 아이도 모두 보상을 얻는 것이 뇌가 하는 일이다.
임신과 출산의 다음 단계는 양육이다. 양육의 중요성, 특히 생애 초기의 양육자와 유대를 맺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이미 많은 정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라는 유산도 물려받고, 부모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후성유전적 유산도 물려받는다. 사회적 경험이 주요 유전자 부근에 있는 DNA의 성질을 바꾸는 것을 안다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이 아니라 임신에서 양육까지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일하는 프랜시스 샴페인의 쥐 실험은 이를 쉽게 설명해준다. 자주 핥아주지 않는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을 자주 핥아주는 어미에게 맡겼다. 맡겨진 새끼들은 커서 자기가 낳은 새끼를 자주 핥아주었다. 자주 핥아주지 않은 어미가 키운 새끼들은 나중에 커서 자기도 똑같이 행동했다. 유전자가 달라서 생긴 차이가 아닌, 유전자가 환경에 반응하여 일으킨 변화 때문에 생긴 차이라는 점을 명확히 시사한다. “모성 회로는 전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쥐가 태어난 직후의 경험과 관련이 있어요.” 그리고 그 결과, 자주 핥아주는 어미의 새끼는 한결 자신 있게 세상을 마주하지만 핥아주지 않는 어미의 새끼는 불안해하고 공격적이며 스트레스로 지쳐 있다.
입양된 마리아의 사례를 보면, 그녀는 불안과 강박장애가 있다. 이는 태어나서 스물일곱 달 동안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입양아 대다수에게 있는 한 가지 특징은 사회성 결핍과 직접 관련된다고 한다. 바로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공감하려면 감정을 잘 포착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욕구도 있어야 한다. 감정을 읽는 방식은 언어뿐 아니라, 얼굴 표정, 특히 눈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어머니가 우리를 품에 안고 살살 흔들어주던 시절에 처음 습득하게 된다. 옥시토신에 의해 촉진되고 뇌에 보상을 가져다주는 이 경험을 하지 못하면, 감정을 해석하는 뇌 영역이 작동을 멈추거나 활동이 줄어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렸을 때 보살핌을 받지 못했거나 학대받았거나 방치되었다면 어른이 되고 나서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생기는 비율이 높고, 여성의 경우 자기 아이를 잘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니콜 캐머런의 실험에서는 자주 핥아주지 않는 어미의 새끼 암컷이 성에 더 일찍 눈을 떴고 짝짓기 횟수도 더 많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사회과학자들 역시 부모와의 관계가 어긋난 가정에서 자란 여자아이들이 평균보다 일찍 월경을 시작하며 성관계도 더 일찍 갖고,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십 대에 임신할 위험도 크고 자기 아이에게 같은 성향을 물려줄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모든 관점에서 바라본 ‘양육’, ‘유대’의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임신과 출산에만 집중된 환경, 결코 쉽지 않은 양육의 과정에서 양육자의 행동이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아기가 되어줘
엄마-아기의 유대와 마찬가지로 사랑은 사회적인 감정이다.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 대학교의 동물학자 로웰 게츠 연구를 통해 초원들쥐는 인간의 일부일처제 결혼 생활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감정적, 사회적 교감을 나누는 초원들쥐의 사랑과 일부일처 습성은 약 25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쾌락을 안겨주는 보상과 보상이 발생한 순간 곁에 있던 개체와의 강렬하고 감정적으로 중요한 기억으로 밝혀졌다. 초원들쥐 암컷이 유대를 형성하려면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필요한데, 이 두 호르몬은 인간의 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옥시토신은 인간의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우치게 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양을 대폭 줄여 스트레스를 가라앉혔다. 인간이 성교할 때 혈관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젖가슴을 자극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꼭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 않아도 그렇다. 이런 젖가슴과 옥시토신의 긴밀한 관계는 포유류 수컷 중에서도 오직 인간 남성만 젖가슴을 좋아하고, 젖을 먹이지 않을 때도 여성의 젖가슴이 커다란 이유를 설명해준다. 유독 인간의 경우에만 젖가슴이 부차적 생식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기능 자기공명영상 연구에서 여자는 자기 아이를 볼 때와 남편을 볼 때 같은 뇌 부위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정말 남편은 제일 큰 아들이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걸까?
-나의 영역이 되어줘
여러 실험의 결과는 우리가 고정되어 있다고 여기는 행동(특히 특정 생물 종의 일반적 행동을 논할 때)이 사실은 DNA 중에서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부분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1933년 제임스 윈즐로, 수 카터, 토머스 인셀 등은 바소프레신이 포유류 뇌에서 일부일처 습성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은 유대와 사회적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 유대를 맺은 남자는 자기 여자를 침범하려는 사람들에게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고, 이것은 앞에서 말한 호르몬의 영향이다. 바소프레신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경계심과 공격성을 부추기고 남자의 뇌가 모호한 사회적 신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므로 남자들이 자기 여자 앞에서 과시하고 짝을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은, 사소한 반응에도 남자들이 자기 여자 앞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하인리히스는 말했다. “우리는 보통 테스토스테론이 수컷의 공격적 행동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바소프레신이 그런 효과를 훨씬 잘 설명해준답니다.” 유전자의 차이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경험 또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런 차이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 발현을 후성유전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며 그 결과 바소프레신 수용체 분포를 다르게 만든다. 남자의 뇌는 여자의 뇌보다 바소프레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조직되어 있고 그 결과 남자는 성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랑의 유대를 맺으며, 그 유대를 위협하는 세력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어쩌면 ‘남자는 여자 앞에서 애가 되거나 개가 되거나’ 라는 말을 과학적으로 한 게 아닐까?
-사랑에 중독되다
사랑은 중독이다. 마약처럼 우리를 사로잡고 마약을 복용할 때와 같은 뇌 회로를 작동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사랑과 마약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성적 황홀감은 마약 복용과 같고, 정기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다가 결국 중독되면 마약을 해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듯이,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또한 마약 사용자는 다음번 마약 사용을 기대하며 기뻐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희를 하면 성적 쾌락이 커지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보상체계가 더욱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충동적으로 변하고, 이성적 판단을 저해한다. 지연된 보상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즉각적인 보상만을 추구한다. 전전두피질이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도파민의 영향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배우자가 떠나거나 죽어서 상실을 겪는 상태 역시 마약을 복용하지 못한 중독자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한다. 보슈의 설치류 행동 실험을 통해 유대를 형성한 암컷과 강제로 이별한 초원들쥐들은 물에 빠뜨려도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가만히 물에 둥둥 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설치류가 보통 물에 빠지면 격렬하게 헤엄치는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인 것이다. 이런 초원들쥐의 행동은 상실로 인한 압도적인 불안을 처리하기 위해 스트레스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랑과 마약이 같다는 이론은 중독이론, 장거리 연애의 마력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애인은 서로에게 진통제가 되어 준다. 피험자에게 단계별로 통증을 유발하는 실험에서 애인의 사진을 보여주면 마치 마약을 복용한 것처럼 보상체계가 활성화되어 통증이 줄었다. 이는 장거리 연애가 욕구 보상이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것과 같아서 내성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실제로 더 민감해지는 장거리 연애의 마력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약이라는 단어로 바꾸기만 해도 모든 문장이 성립된다. 이보다 사랑이 중독이라는 사실을 더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륜의 패러독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끔찍한 중독에 걸렸다면 불륜, 외도, 배신은 왜 일어날까? 이는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성욕의 모순, 일부일처 습성에 대한 우리 인식에 근본적인 모순 때문이다.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성적 일부일처제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성적 일부일처제가 다르다는 개념은 초원들쥐나 인간은 배우자나 연인이 아닌 상대와 성관계를 갖고도 배우자나 연인과의 유대를 깨버리지 않는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외도는 인종과 종교와 문화에 무관하게 결혼 중에 30~40퍼센트, 결혼하지 않은 일부일처 관계에서 50퍼센트이고, 자녀의 최대 10퍼센트가 다른 남자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런 수치는 불륜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욕망과 이성의 딜레마의 부딪혀 이성이 이기는 자기 통제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지만 보통 빠른 보상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치우쳐 태어나는 인간은 보상 회로에 불꽃이 튀길 때(성욕을 충족할 기회를 감지할 때) 장기적 목표(배우자와의 유대를 유지하는 일)를 위해 참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성관계를 하고 싶다면 왜 집에서 하지 않을까? 왜 굳이 위험한 짓을 할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는 결혼한 지 오래될수록 성관계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사실이 말해준다. 마모셋원숭이나 인간이 그렇듯 오랜 시간 누군가와 함께 살면 슬프게도 그 사람과 섹스 하고픈 마음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정착에 유리해지는 점이기도 하지만 새로움의 유혹, 불륜의 유혹을 뜻하기도 한다.
불륜은 많은 것을 파멸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바람둥이’유전자라는 게 있다면 누구나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과의 섹스에 끌리는 성향은 유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동물도 일부일처와 블륜을 저지르는데, 1,500여 마리의 금화조를 새장에 가두고 몇 달 동안 관찰한 포르스트마이어는 불륜을 저지를 확률을 결정하는 것은 아비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주로 성격을 결정하는 유전자라고 말했다. 즉, 새로움을 추구하고 대담하게 모험하는 성격과 관련된 유전자라는 것이다. 일부 개체는 장기적 유대를 맺은 상대가 아닌 새로운 개체와 짝짓기 하려는 성향을 타고난 것이다.
특정 유전자(D4 수용체, 7R+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마약중독, 알코올의존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도박을 하거나 위험한 투자를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은 과감하게 모험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여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위인들에게도 볼 수 있는데, 충동적 성향은 새로움의 유혹에 잘 빠지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불륜의 원인을 신경학적 차원―타고난 신경 메커니즘―에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스테퍼니 쿤츠처럼 사회학적 차원―사생아는 곧 침입자다―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개인이나 교회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경쟁 상대를 용납하지 않기 위한 결혼에 대한 관점이다. 문화는 우리 뇌를 반영하고, 때로는 뇌 속의 갈등을 반영한다. 사회적 유대는 분명 성욕과 충돌한다. 바로 그 때문에 정조대가 있고, 부르카가 있고, 여성 할례 풍습이 있다.
적어도 몇몇 인간의 경우 불륜을 쉽게 저지르는 성향을 타고났고, 성적 일탈은 일부일처 사회 체계의 일부라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사회적 일부일처제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불륜일지도 모른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직장에서의 서열과 외도 확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았다는 점이다. 직위가 높고 권력이 강할수록 외도도 많이 하고 불륜에 쉽게 빠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점은 권력이 강한 사람이 성(섹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권력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몇몇 사람이 무엇을 이용하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성적 일부일처제를 둘 다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질지 궁금하다. 지금으로서는 끔찍한 생각이다.
-사랑 예방용 백신 : 약물로 감정을 조작할 수 있다면?
T.H. 헉슬리는 “인간의 모든 의식 상태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뇌의 화학적 변화에 직접적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약물을 통한 화학적 변화로 감정을 조작한다고 하면 끔찍한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를 치료에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자폐증 환자를 환경적 측면(사회적 측면)과 더불어 신경과학적 측면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옥시토신과의 상관관계를 발견해내야 한다. 옥시토신은 초조한 반응을 가라앉히고 타인을 신뢰하는 방향으로 뇌를 조절해 불안장애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신경화학물질을 실제로 사용한다면 용량과 사용 여부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날마다 수백만 명의 어린이(주로 남자아이)들이 집중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인 리탈린을 복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한때 문제가 되기도 했던 약이다.
물론 감정을 억제하는 원인에는 문화적 차이도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실험한 결과, 한국인은 알려진 대로 미국인보다 감정을 억제했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스트래선은 말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회적 환경이 어린이의 사회성과 행동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무시할 수 없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아기와 부모가 서로 눈을 맞추는 행위, 사람과의 교감 등이 뇌에 영향을 주고 뇌가 다시 인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 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엄마-아기 유대는 모든 인간 유대의 원형이다. 스트레스와 불안, 특히 생애 초기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나중에 성인이 된 이후까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부모가 아기를 낳고 되도록 일찍 복직할 수밖에 없다. 잔인한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편리한 소통의 기술은 도리어 소외감 넘치는 사회 분위기를 부추겼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하는 일이 감소하는 이런 현상은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문제다.
사랑에 적용되는 자연법칙에 대한 관점은 늘 변했다. 교배가 혐오스럽고 백인종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다른 인종간의 출산을 금지하는 법은 오늘날 상상할 수도 없고, 동성 커플이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늘어가는 추세다. 키스 애볼로가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을 자녀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부모에게 권하는 그를 충격적인 무지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신경과학과 사회학의 발전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험비행 조종사 출신 트랜스젠더 어맨다 심프슨을 미국 상부무 고문으로 위촉했을 때 격분한 보수주의자들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트랜스젠더들은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깨어나 성별을 바꾸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고, 동성애를 마음먹고 시작할 수도, 치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들을 그저 받아들이라고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지를 드러내고 차별과 혐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문화는 성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반영한다. 문화가 성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보는 편이 그들의 세계관이 들어맞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그들의 편협한 세계관은 깨질 것이고 결국 신체적 이유로든 편견 때문이든 인간 사회에 온전히 편입되지 못했던 많은 사람이 마침내 정당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탄생, 성, 결혼, 문화,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은 없다. 사랑에 관한 노래는 영원히 창조될 것이며 인간은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살아가며 죽을 것이다. 사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전문지식이나 많은 실험 결과, 사례를 알지 못하고선 알 수 없는 이 관점은 우리의 편협한 사고를 벗어날 수 있게 만들며 의식하지 못했던 행동의 원인을 깨닫게 해준다.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는 옮긴이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