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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ㅣ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유령처럼 다가온 남자,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남자, 마시모.
그리고 그의 환상 속의 여자, 라우라.
마틴과의 불만족스러운 관계에 있는 라우라의 눈앞에 나타난 마시모는 완벽한 외모와 재력, 권력의 냄새를 풍기며 그녀에게 자신과 365일을 함께 보낼 것을 제안ㅡ협박ㅡ한다. 그녀가 자신을 따라다니던 환상 속의 여인이었다며, 그녀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고 남자친구 마틴의 배신을 알려주며,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한 마시모의 말은 처음부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라우라는 그를 온화한 야만인이라고 표현하며 모순의 가득찬 그를 무서워하는 동시에 매혹되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
놀랍도록 단순하고, 여성을 타겟으로 한 판타지적인 내용이며, 페미니즘의 공격이 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이 책은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며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섹슈얼한 묘사들은 자극적이고 영화를 보지 않아도 보이는 듯 선명하다.
마시모에 대한 라우라의 갈등 부분에서는 스톡홀름신드롬을 생각나게 하고ㅡ소설 속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다루지 않지만ㅡ납치, 협박, 강간을 비롯한 자극적인 요소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들의 정사 장면에는 사디즘과 마조히즘까지 끌어들여 한층 더 자극적으로 진행시킨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성적 묘사는 뒤로 갈수록 흥미를 반감시켰고, 라우라가 마틴에게서 얻지 못한 성적 만족감을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과 같은 모습을 한 마시모가 완전히 충족시켜준다는 점에 그의 재력을 동시에 부각시키면서 라우라를 한층 속물적인 인간으로 그린 것이 더욱 쉽게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인지, 판타지적인 면을 강화하려는 의도인지 혼란하게 할 뿐이었다. 예컨대, 그녀는 옷장 가득 걸린 명품 드레스를 선물 받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마시모의 바지를 벗기고 무릎을 꿇는다. 그녀의 자유를 빼앗지만 그녀의 손목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채워주는 남자는 그녀가 화가 날 때마다, 티파니 악세사리와 최고급 집과 차를 제공하며 그 효과를 입증한다.
납치, 협박, 강간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남자와 그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을 혼돈하는ㅡ맙소사, 너무 섹시하잖아, 를 외치는ㅡ여자는 굳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쉬운 공격 대상이다. 남자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에 여자는 화가 나지만, 그가 선사하는 섹스와 선물이면 여자는 다시 황홀경에 빠지는 반복되는 패턴. 물론, 자신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권력과 재력을 갖고 신처럼 완벽한 모습을 한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누구나 황홀해할 것이다. 쉽게 사랑에 빠질 것이다. 누구라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거부는커녕 평생의 소원처럼 여겨지는 마시모와의 365일은 매혹적이라는 말로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납치, 협박, 강간이 그 요소로 가벼이 쓰이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다산북스 사전 서평단 미션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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