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에세이][정치도서]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이 책은 저자 최인호가 대권 후보인 이재명에 대해서, 촛불을 든 시민들에 대해서, 그리고 저자 자신의 변화―한 철학자를 따라 조용하게 세상 뒤에 숨어 살기로 마음먹은 저자가 거리에서 이재명을 만난 후―에 대해서 서술한 내용으로 이재명의 연설과 몇몇 정책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재명의 연설을 시(時)의 형식을 빌려 분노, 고발, 규탄, 위로의 시로 해석하거나, 인터뷰 내용과 기사, 이재명이 직접 쓴 글을 발췌하는 형식 등을 통해 그의 언어와 언어 속의 담긴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촛불시위를 통해 바라본 높아진 시민들의 의식수준, 언론과 구시대적 사고가 초래한 정치적 결과 등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친구와의 대화 형식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전달한다.

 물론 특정 인물에 대한 해석, 특히나 대권 후보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종종 지나치거나 치우친 생각으로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저자에 대한 정보, 책에서 다루게 될 인물의 정보, 혹은 그 인물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 읽게 되면 책의 모든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없게 되거나 혹은 모든 내용을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재명에 대해 주관적 생각과 정보를 갖고 이 책에 들어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저자의 많은 주장에 많은 부분을 동감하는 한편, 많은 부분은 의문을 가진다.

 가장 먼저 이재명의 지지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의 거침없는 말을 꼽을 수 있다. 저자는 이재명의 말은 진보와 보수의 명확한 경계를 짓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분법적 사고의 모순을 뛰어넘는다고 보며,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다른 점을 제시한다. 나는 저자의 주장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예컨대, 이재명의 연설은 거리에서 시민들과 직접 호흡하며 쉽고 직설적 언어로 다가가는 한편 합리적 언어와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지나친 비판적 시각, 80년대 학생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정치권에 들어서면서 보인 달라진 행태나 모호한 입장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을 제외한 모든 정치인들을 가짜 보수, 가짜 진보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또한 2016년 전까지 대한민국 정치는 말 잘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정치였다는 저자의 주장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사회는 달변가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았고, 과묵하거나 어눌한 사람을 긍정적 시각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저자가 꼽은 합리적 언어와 논리가 무식한 언어와 논리에 패배한 사례로 트럼프와 박근혜의 당선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트럼프의 당선에 ‘주류’에 대한 반란 혹은 ‘기득권’에 대한 미국 민중의 거부라고 비평한 사람들에게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무식한’ 언어와 논리가 언론을 장악한 현상. 그의 당선에―박근혜의 당선―언론의 책임이 아주 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평가들이 내놓은 의견이 깡그리 무시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가 오직 그의 말과 언론이 전부는 아니니까.

 하지만 저자가 바라본 시민의 모습은 대단히 공감할 수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모습과 2016년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모습은 스스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필요하면 출동하고 집결하고 행진하고 투쟁하지만, 스스로를 조직과 이념과 노선의 이름 아래 가두지 않는 대중은 정치인들이 그들을 지도하기 이전에 그들이 지도자들을 ‘지도’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 그리고 그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재명은 시민들이 결코 잊지 않을 세월호 문제에 끝없이 매달리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기본이 무너진 나라예요, 이 초보적 정의, 최소한의 질서를 회복하는 게 중요합니다.”라는 그의 말은 피를 마시며 자란다는 민주주의라는 나무의 붕괴를 재건하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방법과 나아가야할 방향의 제시이다.

 이재명의 몇 가지 정책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성남 시장 이재명’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이슈, 복지에 관한 그의 정책과 더불어 외교, 안보 문제도 엿볼 수 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용과 부작용, 사드 배치와 한일위안부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 평화적 통일로 다가가기 위한 그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반박하면서 읽어나간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정책과 생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 후 이재명의 청년배당을 포퓰리즘, 나태를 부추기는 복지정책이라고 비난하거나, 그가 부정부패, 예산낭비, 세금탈루 없이 지역 화폐로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훌륭한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과 정치적 철학에 따르겠지만, 나는 그의 복지정책, 외교, 안보정책에 많은 부분 지지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