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닉과 스탠리 페케, 두 사람만의 전쟁이 남아있다. 하지만 나치 제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당당한 모습의 자신과 부상당해 숨을 헐떡이는 닉의 상황을 지켜보는 스탠리는 닉에게서 아벨을, 자신에게서 유대인을 학살하는 나치 군인을 연상시키는 통제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 이곳에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은 아벨임이 분명하다. 고통에 시달리는 아벨임이. 그는 여러 해 동안 이곳에 있었다. 자그마한 아벨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를 분노하게 한 것과 그를 멈추게 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치 제복의 스탠리. 그는 과거를 다시 겪고, 유대인의 입장과 독일군의 입장에 동시에 몰입하며,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한 끝없는 저항과 투쟁을 벌인다. 그리고 과거로부터의 해방, 비록 영원한 해방은 아닐지라도 그의 남은 생에 약간의 평화를 가져다줄 해방을 맞이한다.
스탠리는 실제로 과거로부터 탈피한다. 과거를 비와 진창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