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마 콤플렉스 - 나는 왜 부족한 엄마인가?
안토넬라 감보토 버크 지음, 신주영 옮김 / 그여자가웃는다 / 2017년 5월
평점 :

… 엄마들의 자궁이 제대로 수축되기도 전에 일터로 돌아가라고 협박하는 지금의 문화에서 어떻게 섬세한 모성애가 발달할 수 있겠는가?
출산을 포기하고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는 오늘의 현실에서 일 때문에 임신을 꺼리고, 출산 후 발 빠른 직장으로의 복귀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든 자신만의 가치판단을 통한 우선순위의 문제든 그 어떤 이유든 간에, 엄마와 아기의 단절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커리어우먼의 이미지가 세련됨과 강인한 여성으로 비춰지는 동시에 집안에서 육아를 하는 여성들의 이미지는 구시대적이고 자신의 인생은 희미해질 것임을 받아들인 나약한 여성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임신-출산-육아의 과정에 있으면서도 일을 하는 여성은 가엾은 이미지로, 그 모든 과정에서 오직 아이에게만 눈을 맞출 수 있는 여성은 여유롭고 부러운 이미지로도 비춰진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축복과 행복이 가득해야 할 출산이라는 경험의 가치가 경제적인 이유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엔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오직 “잘 나가던 직장에서 잘릴지도 모르는데 걱정되지 않니?”라는 물음에 대한 답만이 아닌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해줘야 하지 않겠어?”라는 가슴 아프고 잔인한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불행한 과정에서 여성적인 가치로 평가되던 것들은 모든 곳에서 폄하되었고, 여성들의 성공에 걸림돌이라고 여겨졌다. 잘못된 믿음의 저변엔 미디어―텔레비전―의 영향과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역시 기계적이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계산적이 되어버린 지금의 결과물이 존재한다. 이렇듯 무자비한 속도의 파도에서 가장 먼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건 로맨스―사랑은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이므로―이며 협력보다는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희생, 세심한 반응, 느리고 깊은 경험 등은 상실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의학의 힘을 빌리면서도 과거보다 형편없는 출산과 양육과 사랑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25년 뒤에는 3명 중 1명이 체외수정으로 태어날 전망이라는 사실, 늘어나는 제왕절개와 줄어드는 모유수유로 인한 옥시토신의 부재, 언론들이 여자아이들을 성적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 결혼과 이혼 등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들을 언급한다.
지금의 문화가, 그리고 자기 자신이 형성한 이 비극의 가장 거대한 비극은 바로 그 심각성을 모르는 데에 있다. 과장된 공포나 허영심으로 인해 늘어난 제왕절개와 모유수유 거부―가슴모양이 망가질까봐 모유수유를 거부하는 여성들, 출산 직후, 심지어 임신 중에도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놀랍도록 많다는 사실―,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함께 교감하는 것, 올바른 양육방식에 대한 이해,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 안정된 애착관계로 인한 적절한 사회적 인간관계는 물질적인 것, 텔레비전, 얄팍한 인간관계로 대체되었지만 아무도 그것들 비판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은 언제나 이혼을 염두에 둔 하나의 상태이며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감각은 대단히 어렵고, 결혼에 필수적이라 일컬어지는 헌신, 인내, 투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나의 이런 비관적인 관점엔 그것을 심각하게 지켜보며,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직장에서의 성공과 높은 연봉에만, 혹은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만 눈을 돌린 지금―그것을 비난하고 싶은 게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물질적인 것을 최우선의 가치에 두었다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그것이 개인적 이유라거나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의 이유라거나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의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