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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풀꽃도 꽃이다 2- 한국의 교육, 어디로 갈것인가?
<풀꽃도 꽃이다 1권>이 우리 교육의 암적인 존재와 같은 "왕따"문제와 "학업스트레스에 따른 청소년 자살", "부모들의 지나친 사교육 욕심"을 다루었다면, <풀꽃도 꽃이다 2권>은 영어 원어민 강사의 입을 통해 나온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폐해를 다루면서, 자신의 꿈을 일찍 발견한 아이들의 이야기,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현실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권과 같이 2권에 등장하는 어머니 역시 교육에는 극성스럽고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대신 해결해주는 존재로 여긴다. 아이들은 학원이라는 족쇄에 묶여 자신의 꿈을 키우지 못하게 되고 결국에 꿈을 찾아 가출에 이른다.
소설 속에는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듣고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이웃을 통해 알고 있는 교육 현실에 대해서 다양한 주인공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영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라. 영어가 국어보다 더 중요시 여겨지는 나라. 그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소설속에는 한국의 영어식 교육으로 혜택을 본 영어강사 포먼이 등장한다. 1권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포먼은 황금같은 직업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가게 된다. 대신에 친구를 불러들이고 자신이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겪었던 일들을 친구인 스미스에게 전수해주면서 한국의 교육에 대해 적나라하게 전달해준다.

소설의 내용 중에 이런 대화가 있다."어리석고 서글픈 한국적 코미디?""응, 원어민들처럼 발음을 잘하기 위해서 어린이들 혓바닥을 수술하는 거야."(중략)"한국 사람들은 원어민처럼 발음을 잘하는 게 소원인데, 그러기 위해서 혀를 수술하는 거야. 유별난 한국 사람들 일부는 자기들이 혀가 짧아 R발음과 L발음 을 정확히 구분해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 두가지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혓바닥 아래 부분인 설소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는 거야. 혀를 길게 하기 위새서지.""어린애들에게 그런 수술을 시킨다고?""응, 어린애들에게."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자식들은 수단이 되어 어릴 때부터 영어라는 늪에 빠지게 되고, 사교육 챗바퀴에 돌려지면서 자신의 인생이 자기것이 아닌 게 된다.
그래서 조금 성장하고 또 성장하기 시작해서 "자아"가 생길 무렵에 자기의견을 피력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지금까지 부모가 시켜왔던 챗바퀴의 틀을 벗어나려고 한다.
부모들은 그것을 자식의 일탈, 반항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한 아이가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노래를 부를까...>

<교사 강교민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 도종환의 시>
이 소설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등장한다. 만화가가 되기위에 가출한 한동유, 자기 실력을 존경하는 스승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그럼으로써 동유는 부모에게도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헛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에게 증명하고 싶고 인정받고자 한다.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대장장이가 되고 싶었던 최윤성, 실제로 윤성이 부모가 담임교사 이재균의 도움으로 대장장이 박원무의 아버지인 박대성을 만나게 된다. 이재균과의 대화를 통해 본 대장장이 박대성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장인정신을 이어가며 남부럽지 않게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분명 그들의 대화를 지켜본 윤성이 부모님은 자식의 꿈에 대한 편견이 조금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부모들도 자식하나 잘되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자식 교육에 올인한다. 소설속의 학생들은 그마나 부모보다는 생각이 낫다. 부모들은 자기 인생을 바쳐 자식에게 다 쏟는데, 자식들은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갈 지 부모들 보다 더 현명하게 결정하고 투쟁하는 자기 삶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하고싶은 일을 해, 굶지 않아 (267p)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일부 부모님들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녀와 함께 지나가던 엄마가 아이에게 '너도 이담에 커서 쓰레기나 줍는 사람이 안되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고 했단다. 환경미화원도 하나의 직업인데 그저 하찮게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몇몇 부모들, 특히 일부 엄마들은 자기 자식만은 꼭 SKY대학을 가고 판검사가 되어야하고 그길이 바로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자녀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인생을 다 포기한 채 자식에게만 메달리고 나중에 그 자식이 자기 뜻대로 되지않으면 자신의 인생도 실패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악순환이 어디있을까? 아이들을 과외로 돌린다고 아이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시키면 결국 20대 후반이나 30대에 그때가 되어서야 자기일을 찾게 다며 회사를 나와서 방황을 시작하기도 한다.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1권에서 등장하는 국어교사 강교민과 제자 김창배와 윤병서를 통해 청소년 근로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청소년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천대받고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야간수당, 주휴수당도 제대로 못받고 일하고 있다. 이런 일은 너무도 흔해 고용노동부에서 광고까지 해가면서 "근로계약서 쓰기" 홍보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계형 아르바이트 학생"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몇몇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서 선생님들이 수업을 못하겠다는 둥의 고충을 듣고도 '요즘 애들은 공부는 포기 했구나, 버릇없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다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다른 속사정이 있는 학생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은 1권에 등장한 유지원과 2권에 등장하는 원명준, 원누리학생을 통해 대안학교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그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그리고 혁신학교를 졸업한 송채연 학생의 이야기 속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현재에도 학교는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1등을 차지하겠다고 인정사정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란 단순히 경제력의 차이로 사교육의 차이가 생겨 벌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그런 합법적 불법의 약육강식까지 동원되어 개천의 용의 씨를 말리고 들었다.(361p)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교육의 처참한 현실에 마음이 요동쳤다.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나 혼자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다 발벗고 나서야 조금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많은 진보교육감이 당선이 되었고 현재도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지방자치단체는 혁신학교를 만들고 이어 나가고 있다.
작은 변화가 제발 공약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안학교, 혁신학교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 교육개혁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모여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다면 큰 개혁의 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 학원가, 서울 목동의 학원가 등등 학군이 좋은 곳이라면 이사를 해서라도 교육시키려는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하지만 사교육을 경험해보고 자란 사람으로서 나는 우리 부모님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다.
교육개혁은 정부만이 나서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의 자기 자식 우월의식, 자기 욕심 버리기등 지나친 자식 사유화 의식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한다.
남을 의식하고 남보다 더 잘나고 남을 앞서가야 그것이 성공이라는 마인드 자체를 없애야 교육이 살고 우리 아이들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