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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나태주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은 시로 쓴 나태주시인의 버킷 리스트이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 흔히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버킷 리스트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교수형을 집행할 때 쓰이기 시작했다는 가설이다.
목을 매단 죄수의 발 아래 놓인 뒤집어진 양동이(Bucket)를 발로 차 교수형을 집행한 데서 온 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태주는 우리에게 죽기 전 해야 할 일들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작은 것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는 의미의 새로운 ‘버킷 리스트’를 다정히 건넨다.
오늘도
안녕!
너의
맑은 영혼의 호수에
2007년 교장 퇴임을 앞두고 췌장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겪었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해 13년째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투병하며 첫날처럼 마지막 날을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단 걸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이며 죽음 역시 삶 못지않게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웃어도 예쁘고/웃지 않아도 예쁘고/눈을 감아도 예쁘다//오늘은 네가 꽃이다.
-「오늘의 꽃」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을 빌려/소망한다/저가 나에게 필요한/사람이기보다는/내가 저에게 필요한/사람이게 하소서/이 세상 끝 날까지/기린과 너구리와 뱁새와/생쥐와 함께.
-「한 소망」
사랑이 찾아올 때는/엎드려 울고//사랑이 떠나갈 때는/선 채로 울자//그리하여 너도 씨앗이 되고/나도 씨앗이 되자//끝내는 우리가 울울창창/서로의 그늘이 되자.
-「봄비」
책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
아니, 첫마디 말 하나
단어 하나 쓰기가 어렵다
하루하루 삶이 꿈이고
순간순간 숨 쉬는 일이 기적이고
내가 누구를 그리워하고
누군가 나를 생각함이
이미 버킷 리스트 그것인데
어찌 또 버킷 리스트가 있을까요?
하지만 나에게도 남아 있는 버킷 리스트가 있답니다
―「시로 쓴 버킷 리스트」에서
무어라 쓸까?
생각 끝에 '인생'이라고 써본다
그런 다음 '기억',
그리고 나'라고 써본다
그렇구나! 책은 내 인생의 기억을
쓰는 것이었구나.
버킷 리스트 1 ㅡ지금이라도
너에게 사랑 받고 싶다
아니다
지금이라도 너를 사랑하고 싶다.
너를 안으면 풀꽃 냄새가 난다/세상에 오직 하나 있는 꽃,/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는 꽃,/네게서는 나만 아는 풀꽃 냄새가 난다.
-「딸아이」
시집 『버킷 리스트』는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내가 세상에 나와 해 보지 못한 일”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해 본 일”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 보고 싶은 일”이 그것이다.
1부인 ‘내가 세상에 나와 해 보지 못한 일’에서는 일상 속에서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한 소중한 순간들을 들여다보기를 청유한다.
2부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해 본 일’은 나태주 시인이 삶을 살아가며 느낀 단상들을 주로 모았다.
“웃어서 행복한가 행복해서 웃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어쩌면 그 둘이 “함께 답”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웃어서 행복”한 것이 아닌지 넌지시 시인의 언어로 그 답을 펼쳐 보인다.
3부는 시인이 ‘세상에 나와 꼭 해 보고 싶은 일’을 담았다. 삶의 마지막 날까지 그의 곁을 지켜 줄 소중한 이들에게 “이것이 우리들 마지막 날이 되고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감사 인사 잊지 않기,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살게 하”는 기도 드리기, 그리고 “다른 나라의 젊은 청춘들이 우리글 한글을 배워 내가 쓴 한글 시를 한글 그대로 읽어 주는” 꿈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기.
나태주시인은 “열심히 죽어서 잘 살았”다는 말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무리한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청춘,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한 중년, 삶과 죽음이라는 두 얼굴을 함께 바라보고 선 노년까지. 각자 서있는 곳에서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독자에게 시인은 “삶에 쫓겨 놓쳐 버린 청춘의 발자국과 당신의 첫 문장”을 다시 한번 찾아보자며 작은 손을 내민다.
여자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 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50년 동안 우리 곁에서 세상에 대한 ‘바라봄’을 시로 전해 온 나태주 시인, 이번에는 그가 시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버킷 리스트를 독자에게 전한다.
*이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