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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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보낸 건 여신이지만, 그 행운을 활용하는 건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책속에서-

레디 슛
치매 노인의 수천억 유산을 빼돌리기 위한 스탠바이 - 고호 장편소설

고사리를 아는가?
봄철에 고사리를 꺾고 나면 꺾은 그 자리에서 아홉 번 다시 돋아난다.
고호 작가의 샘솟는 상상력은 마치 그것과 닮았다.
이전 작품의 실감 나는 북한 사투리가 평양으로, 또 노비 문서를 들추며 독자들을 조선시대까지 데리고 갔던
그녀가 이번에는 독자들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급 연기를 펼치는 교도소와 인천으로 무대를 옮겼다.

교도소 감방에서 혜수가 만난 왕언니는 전신에 새겨진 문신만큼이나 비호감인 인물로 5세 여아 살해 및 사체 유기로 복역 중이었다. 왕언니는 인천의 유명 기업 신건 그룹의 손녀 살해를 사주받았던 것. 신건 가의 이야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외아들 내외의 교통사고, 연이은 김 회장의 죽음까지 비극적 사건과 얽혀있었다. 설상가상 왕언니의 의문사까지. 주인공 혜수는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주인 없는 유산에서 풍기는 강렬한 돈 냄새에 곧장 새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그런데 얼마 후. 나머지 수고비를 받기 위해 출소한다던 왕언니가 돌연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애도의 마음보다 탐욕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훌륭한 배우는 남이 놓친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 치매 노인을 구워삶아 돈을 가로채는 것쯤은 승산 있는 게임이다. 연기, 그중에서도 사기극이야말로 이쪽의 전공이니까. 이 계획에 혜수는 알고 지내던 동생인 옥녀도 끌어들였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Ready- Shoot을 외치기만 하면 된다.


“명심해. 우린 완벽한 세트장에서 완벽한 연기를 해야 해.”

허구를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연기의 매력이고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 본문 중에서

혜수는 출소하자마자 요양보호사로 위장하고 홍 여사의 집으로 출근한다.
물론 평소 연기에 일가견이 있던 그녀답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급 연기를 펼치는데… 운 좋게 홍 여사는 눈마저 어두워진 모양이다.

교도소에 복역하던 혜수. 같은 방에 있던 언니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옛날에 졸부 하나가 제 아이를 가진 첩을 버렸는데, 30년만에 복수를 하러 나타났다.
자신은 졸부의 손녀를 죽이라는 사주를 받았었다고 했다. 나머지 수고비를 받기 위해 출소한다고 좋아했던 언니였는데,
그녀가 돌연 사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첩이었던 노인은 치매까지 앓게 되었고, 그녀의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혜수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세상의 모든것은 무대요
모든 사람은 배우이니
각자의 출구와 입구가 있고
한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역할을 맡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좋을대로 하시던지 ]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초반부에 피가 나오면 꼭 끝에 가서는 누군가가 진짜 피를 흘리기 마련이다. --- p.102

혜수는 할 수만 있다면 그 작고 쪼글쪼글한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을 벗기고 싶었다. --- p.172

“조심해요. 아줌마도 죽기 싫으면!” --- p.194

요양 보호사를 가장하고 노인의 집을 드나들던 혜수는 노인이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다 일이 쉬워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 노인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인데, 스마트폰에는 도로 씨씨티비를 볼 수 있는 앱이 깔려 있었다. 정말 노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를 돕는 조력자는 누구일까. 과연 혜수는 계획대로 노인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을까.

고호 작가의 이번 이야기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군가 한명은 가짜를 연기하고 있다!"라고 하는말 때문에, 어느쪽이 연기를 하는가 주의깊게 봤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분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허를 찌르는 고호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 별거 없어. 저 봐. 세상에 올 때만 해도 둘인데, 갈 땐 다 혼자잖아.” --- p.9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얻는 지혜라는 게 있다.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해선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 p.20


한마디로
인간 세상 모든일들을
전적으로 어리석음의 무대라고 하겠습니다.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 이책은 컬쳐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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