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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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담백하게 작가의 일기책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보고.느끼고 .생각하는 글 감사합니다

“‘쓰기 일기’라는 이름으로 여기에 적힌 글들은 모두 그런 마음으로 적었다. 누군가가 읽어줄 수도 있을 거라는 독백의 반칙처럼. 어떤 글은 블로그에 발행하기도 했고, 어떤 글은 라디오에서 읽어주었으며, 어떤 글은 끝끝내 혼자 읽으려고 잠가두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순서에서는 나의 은밀한 것을 들키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쓰기에 몰두했던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 누군가의 쓰고 읽는 일에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쓰는 시간에 오롯이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다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밀을 들켜서라도 닿는 순간이 되고 싶었다.”

약점을 쉽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알다가도 모를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것이 진심을 의심하는 일이 되는 것도 나의 몫이겠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숨기고자 하는 마음 또한 내 것이다. 들켜버리면 더 이상 갖지 않을 마음이지만, 간직하고 있을 땐 그것이 좋든 나쁘든 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순서에서는 나 의 은밀한 것을 들키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쓰기에 몰두했던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 누군가의 쓰고 읽는 일에 닿았으면 하 는 마음이 켰다. 쓰는 시간에 오롯이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 을 다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일이기 때 문이다.

비밀을 들켜서라도 닿는 순간이 되고 싶었다 이 중얼거림 사이에는 내 삶의 풍경과 쓰기에 혼신을 다 한 뒤의 심심한 독백이 담겨 있다. 어디에도 맺히지 못하고 떠도는 물방울 같기도 하고, 만져지지 않는 입김으로 내 뜨 거움을 꺼내는 일이기도 하다. 쓰는 내가 어떤 순간에 완성 되지 못했는지, 어떤 시간에 영원히 열리게 되었으며, 또 어 편 장면에서 혼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지, 그 과정의 증명이 필요했다.

불꽃들이 지펴진 자리 뒤로 남 아 있는 잔불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작은 불꽃들에 관한 보고서를 들키고 싶은 어둠 하 나쯤 켜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어색한 따뜻함 을, 어두운 맑음을, 같이 있고 싶은 혼자를... 이렇게 일그 러진 자화상에서 만난 눈과 코와 입처럼,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한 시절의 표정이 되어가리라 굳게 믿는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통지 않은 날인 김밥을 말아서 김밥이 다 사라질 때까지 먹는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다음 날로 넘어가기도 한다. 일부러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을 한다. 정신이 어디엔가 팔리도록 나 스스로 속임수를 쓰면 잠깐은 흡가분하고 이후 다시 내내 헛헛하다.

근래에는 나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된 일들이 있었다. 약점을 알게 된 사람이 스스로 손쓸 수 없을 때부터는 입이 가장 먼저 닫힌다. 눈은 점점 멀고, 어쩌면 쓰게 되는 것들은 더 많아지겠지. 도처에 기쁨이나 슬픔이 도사리고 있을 때, 그 어떤 것도 지나치고 싶어 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럴 때 찾아오는 공허함의 공중은 높고 무서울 수도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

시인이 가난하고 불쌍해서 서로를 돕는 게 아니라 혼자서 시를 쓰거나 작업할 때, 홀로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다녀오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느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외로움의 내용을 나눌 수는 없지만, 그 입장이 되어보는 형식의 측면은 잘 알고 있으니까. 마치 작은 마을에서 이웃집 누군가의 안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또 다른 안부를 깨우듯이.
정말이지 지금은 해야 할 일만 남겨져 있고, 그것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머물러 있는 독백의 현장이다.

어둠이 깔린 관객석엔 아무도 없는 것 같다가도 불을 켜면 숨죽여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야유를 보낼 것만 같다. 나는 사람들을 날씨처럼 이해한다. 그래서 타인의 기분에 쉽게 휘말리고 타인의 느낌에 예민해진다. 외부에서 오는 것들의 방패를 짓다가 방패 뒤에 숨은 작은 나를 본다.

내가 아니라는 듯, 나일 수가 없다는 듯 부정하면 내 삶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런 삶도 좋은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되어가지 않을 때의 처참함을 방패 뒤에 숨은 작은 내 표정에서 본다. 꿈에서는 그런 힌트를 주워 온다. 지금은 소진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끼는 것이 많아지고 주머니는 흔들리는데 이렇게 위축된 나를, 쥔 것 없이 주먹을 곽.쥐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날 때, 밖에서 밥을 먹을 때, 기침하는 사람을 지나칠 때마다 소스라치게 커지는 의심은 너무나도 쉽게 슬픔으로 온다. 젖은 티슈처럼 바닥에 달라붙어서는 아무도 모르게 말라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안부와 소식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으로서의 궁금함. 나는 내가 잘하고 있을 때보다 방식이 조금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 더 큰 확신을 갖는다.

*이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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