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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각자의 구원을 찾는 사냥꾼과 마녀는
녹슬지 않는 영원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소설은 ‘안드로이드의 병자성사’ 사건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어느 시대든 ‘마녀사냥’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본질에 대해 예리하게 그려낸다. 작중에서 근본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인 유안석은 한결같이 천국은 오로지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피조물’로서 감히 천국을 꿈꾼 불경한 로봇을 없애야만 성스러운 천국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그는 루치아를 인간에게 ‘악’을 불러오는 ‘새 시대의 마녀’로 선언한다.
“악마는 세상의 흐름을 타고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의 마녀들을 세상에 들여보낸다.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마녀는, 인간의 외형에 인간의 말을 쓰고 급기야 인간이 되길 꿈꾸는 안드로이드다.” (230~231쪽)
‘다른 것’을 배척함으로써 ‘옳음’을 획득하려는 방식은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유효하다. 하지만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안드로이드가 악한 존재인 ‘마녀’가 되고, 그들을 위한 천국은 존재할 수 없다는 그 단호한 논리의 세계를 접하는 동안 우리는 역으로 의심하게 된다. 정말로 안드로이드는 천국에 갈 수 없을까, 절대적인 구원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녹슬지 않는 세계』는 가슴 뛰는 치열한 서스펜스 스릴러인 동시에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 SF이며, 진정한 구원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종교적 깊이를 품은 이야기이다. 작품의 제목은 안드로이드인 루치아가 꿈꾸는 천국의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녹슬지 않게’ 지키고 싶은 저마다의 가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인물들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구원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내달린다. 그 끝이 ‘천국’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우리 또한 필연적으로 녹슬지 않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내면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게 될 것이다.
견습기사끔 되였을 인물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안드로이드 사
낭을 위해 자신도 모르게 인체 개조를 당한 강화인간으로 등장
한다. 좀 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이주지 못하고,이 뷰물린
세계의 은갓 번민을 떠맡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루시가
금단의 지식에 다가가려는 마녀였다면 제이는 조직적으로은페
된 진실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마녀의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마녀 루시를 사냥하는 주체를 호르투스데이라는 근본주의
종교단체로 설정한 것은 지금도 래디컬한 교파와 정치권력이
지식욕이 강한 여성들을 사낭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 스치
듯 나온 이야기지만 연쇄살인마는 많아야 수십 명의 인간을 죽
이고 끝나지만 종교나 사상이 광기에 사로잡히면 수십, 수백 만
의 희생자를 낳는다. 녹슬지 않는 세계,에서는 그러한 마녀사
낭꾼들의 궤변을 충실히 들여다보려고 했다.
글을 쓰는 내내 페쇄구역의 버려진 펌에서 홀로 지내는 기문
이었다. 마녀사냥 이야기를 로봇 시대로 가저오는 게 무슨 의미
가 있을까자문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마지막엔 루시
가 이기는 이야기가 될 거리는 믿음으로 견였다. 호르투스데이
가 사라지고, 그들을 기억하는 자들마저 사라진 후에도 루시는
자신을 돌보며 살아남아, 이 세계의 무한과 종말을 지켜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