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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매일 복잡한 일상속 사람들 관계속 얽히고 얽혀살면서
모든게 싫어질때가 있다. 그때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단순하게 생활해보자 .사실 그게 잘 안된다.
생각처럼 잘되지않아서 단순 생활자 제목을 봤을때
단순한 느낌을 대신 살아가는 작가님한테 관심이 간다.
누구나 누군가 옆에있고 .일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 우리는 눈치를 보면서 살고있다.
사회적 관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나와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 함께 노는것도 재미있지만 혼자 노는 게 더 재미있어 열심히 혼자있으려는 사람.
관계에서 모든 의미를 찾기보다, 혼자 무언가를 하고 그 성취를 맛보는 데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명랑한 은둔자'는 이런 사람이다.
은문자라는 말이 너무 어두침침하게 느껴진다면 집순이라 해도 좋다.
나는, 명랑한 집순이. 어쩌면, 당신도?

대한 고민과 감정에서 벗어나 나를 단순하게 바라볼 수있게 뇌어 좋았다.
나도 그저 집에서 책이나 읽고 콜이나 쓰는 게 좋은 사람일 뿐이라고.
단지 그것뿐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도 가벼워지고 생각도 정리됐다.
좋아하는 일이나 계속 좋아하면 되겠다고,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단출한 관게 속에서 살고있다.
떨어져나간 관게의 잔가지들은 흔적만 희미하고, 그 주변으로 굵은 가지 몇 개가 시원하게 뻗어 있으며, 운 좋게 새로운 가지가 몇 개쯤 자라나고 있기도 하다. 나의 굵은 가지 친구들이 말하길, 그들의 삶에도 지나간 인연 뒤로 새롭게 시작되는 인연과 공고한 인연이 한 손, 또는 양손에 꼽을 만큼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친구를 말을 들으니, 내가 글을 쓰는 삶을 택해 관계가 단출해진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누구나 주변을 가볍게 정리하게 되는 건지도.모르겠다.
단출한 관게는 변합없지만, 그사이 나는 조금 변했다.
크라스누힌처럼 한껏 힘이 들어갔던 몸에선 힘이 많이 빠졌다
세계 최고의 자산가나 리더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전세계 조간신문을 훑으며 누군가는 평생을 가도 얻지 못할 통찰을 한 시간 만에 얻는 것도 모자라, 느긋한 아침 식사와 명상, 운동까지 8시 전에 끝낸다고 하지만, 그건 내삶이 아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기 때문.
그리고 수천 권의 인세에 버금가는 월급을 포기해놓고서는, 고작 두 시간을 더 자고 일어나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떠들 수 있는 건 내가 나이기 때문. 그러니 다시 답해보겠다. 내가 생각하는 전업작가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아침을 내 몸이 원하는 리듬으로 시작하는 것에 있다. 침대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킬 필요 없고, 헐레벌떡 뛰어나갈 필요 없다. 7시 30분 알람이 울리면 10분에서 20분 정도 팅굴거리다 일어날 수도 있고, 만약 다시 잠든다면 8시 알람을 들고 다시 정신 차리는 시
간을 보낸다. 몸과 영혼이 적담히 타협해 함께 침대에서 내려오면, 하루가 시작된다.

의자에 않았는데 왜인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머릿속에 방금 떠나온 거실의 상태가 떠울랐다.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올려진 물건들, 바닥에 대충 던저놓은 택배 상자와가위, 거기에 더해 아침 뒤처리를 못 한 부억까지. 마치 주변이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산만해졌다.
어쩔수 없이 서재를 나와 청소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렸다.
도대체 왜, 나는 서재에 앉아 거실의 청소 상태까지 참견을 하는 걸까. 추측을 해보면, 예전엔 방 하나만 나의 공간이었다면 독립 후엔 집 전체가 나의 공간으로 인식되어서인 게 아닐까 싶다
이쯤 되니 청소는 단지 청소가 아닌 게 되었다. 직업상 중요한 과업이 된 것이다. 거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컵을 치우는 건, 단지 컵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한 루틴을 수행하는 과정인 셉이다. 원치 않던 루틴을 하루에도 몇 번씩 수행하게 된 건데, 이렇게 루틴을 수행하다 가족을 맞으면 가족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엄마는 내가 이렇게 깔끔할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편안한마음으로 서서히 무드를 끌어올리다가 싫어할 새도 없이 글을 쓰기 위해. 작가의
이런 노력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 없이 글을 쓰게 되는 정우도 드물다.
글 하나를 쓰기 위해 한 시간의 산책이 필요하다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선 그보다 더긴 시간이 필요하리라
책을 써야 하는 나는,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를 찾아올 흐름을. 그러니 역시 괴테의 말이 맞다. 서두르지 말라. 그리고 그가 무게중심을 두 번째에 둔 말도 맞다. 쉬지도 말라. 나는 쉬는 대신 나만의 나뭇가지 밟기를 해보기로 했다. 투둑, 투둑, 투둑. 발아래에서 소리가 올라올때마다 내 몸이 조금씩 흐름에 가까워지길 고대하며. 그날부터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의식하며 일
상을 단조롭게 보냈다. 늘어지지도 게으르지도 않게, 조급하지도 바쁘지도 않게. 내게 필요한 전 새로운 자극이나 경험이 아니었다. 나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놓아두는데 주력했다. 어떤 입박이 없는 상태에서 자언스럽게 하루를 보내길 바랐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일상을 순조룹게 보내는데 필요한 일밖에 없었다
비밀스럽게 살아가기
장 그르니에는 철학 에세이 섭-에서 비밀스러운 삶'을 꼽는다.
"오직 나만의 삶을 갖는다는 즐거움을 위"해서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가 견지하는 태도는 이렇다.
자신을 드러내는 말을 하지 않는다. 타인과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실제보다 더 보잘것없는 사람인 척한다. 가본 나라에 관해서도 안 가본 나라인 듯 군다. 잘 알고 있는 사상을 누가 이야기하면 처음 듣는 듯 행동한다. 누가 유식한 척해도 토 달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마저 낯춘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자기 자신보다 더 괜찮은 사람인 척하기 위해 가슴을 부풀리는
사람들에게 싫증이났던 터라 나는 장 그르니에가 꿈꾸는 비밀스리운 삶이 마음에 들었다.
책에는 데카르트가 비밀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전략도 나와 있었다. 데카르트는 대도시 암스테르탑에 살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훤히 노출시킨다. 자주 만나는 수위에게는 먼저 말을 걸고, 수위가 호기십을 발동시키기전에 선수를 쳐 자신에 관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다.
이땐,꼭 매우 디테일하고 솔직하게 속 얘기를 털어놓아야 의심을 사지 않는다. 여기서 신경 써야 할 건,속 애기를 털어놓는 분야는 데카르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분야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실컷 충족시켜주고 나서야 데카르트는 <정신은 자기만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었다" 책을 읽은 후부터 나도 <비밀스러운 삶'을 지키기위해
은밀히 매진해왔다. 원래도 이미지 관리하듯 두리뭉실 얘기하는 데는 재주가 없있지만, 솔직합의 한계엔 늘 신경을 쓴다. 속 애기를 틸어놓고 싶어도 조금은 남겨두고 디테일에 더 힘을주고싶어도 결국은 힘을뺀다
이건 마치 배우자가 있는 누군가가 다양한 형태의 이별 후에 올 외로룸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 누군가가 눈앞의 배우자와 충만한 오늘과 내일을 누리려 노력하듯, 나 역시 내게 주어진 것틀로 충만한 오늘과 내일을 도모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미래를 미리부터격정해서 뭐하나, 하면서 산 지 오래됐다. 걱정에 대해서 만큼은 근시안적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글로는 두 문단이 할애됐지만 현실에선 글쎄, 하며 5초 정도 생각해본 후 나는 지인에게 대답했다.
지금은 별로 외롭지 않고, 나중에 외로울 걸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지인은 그러냐는 듯 열게 미소를 지었다. 순간 지인이 좀 얄미워졌다. 혹시 나 혼자라고 외롭게 보는 거?
얄밉긴 했지만 이게 일반적인 시선이므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대개 자기 문제가 아니면 일반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니까. 지인도 배우자가 있다고 외롭지 않을 만큼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을 터였다. 그저 가볍게 물은 걸지도. 일반적으로, 가법게.
자기만의 약속을 지켜나가며 차근차근 하루를 가꾸는 삶들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자기 삶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서 과감히 고개를 돌린 후, 해야 할 짓들에만 관심을
둔 삶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보름 작가님 책을 보면서 덩달아 단순한 느낌을 받고 책표지도 가을에 딱 맞는 표지라 너무 이쁜것같아요.
단순.심플. 라이프. 등 소소한 행복을 엿보는 시간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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