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는 시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집스러워 보이는 노년의 남자 모습이 그려져 있다. 꽉 다문 입과 치켜 뜬 눈은 오베라는 사람의
성격을 어느정도 가늠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지금 우리나라는 어처구니없는 예방 대책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정부의 모습은 고사하고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만 되풀이한다. 답답하고 화가 치미는 이때 접하게 된 소설 < 오베라는
남자>는 잠시나마 곤두선 칼날을 내려놓고 그의 일상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 책이다.
이런 겉모습의 인물은 일상에서 흔히 보인다. 언제나 불만이 가득한 듯 하고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소리부터 치는. '오베'처럼 마음이 따뜻할
거 같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세상이 각박해져서인지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고 참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요즘은 넘쳐난다.
'오베'씨는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해결책까지 모색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어린 시절을 녹록지 않게
보내긴 했지만 부모님의 나름 확고한 신념이 있었고 그 가르침을 보면서 유년을 보냈기에 비록 가진 것 없고 배움도 길지 못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다. 그 마음이 변치 않게 만든 데에는 아내 소냐의 몫도 컸다. 까칠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선 두 발 멋고 나서서 권력의
상징인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젊은 시절 누누히 꿈 앞에서 좌절하게 만들었던 '흰 셔츠를 입은 이들!' 화이트
칼라가 권력의 중심이고 그걸 상징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맞설 용기를 준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꿈마저 좌절됐지만 원했던 원치 않았던 오베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만나 여생을 마무리해 나간다.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척 했을 뿐이지 발을 들여 놓기만 하면 불친절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로봇과 같은 오베는 어느새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이웃으로 곁에 와 있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이웃이 아내의 자리를 대신해 살아가는가 싶었는데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법! 불평불만이 가득하고 불친절했던 오베의 주위엔 어느새 그를 사랑하는 이웃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베'라는 이웃이 간절해지는 건, 불친절해 보이긴 해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길, 이웃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길. 하지만 그 바램은 물건너 가기 일쑤고 본모습 그대로 이웃에게 삿대질하고 화를 참지 못해서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이웃이고 그런 인물형들이 대다수다. 과거에 비해 분명 생활을 편해졌지만 기계에 의존한 삶이다보니 인간대 인간, 관계 맺음은
현저히 떨어지고 그 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웃에 관심을 갖고 싶지 않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다 보면 과연 내 주위엔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 법정스님이 '여수동좌'를 말씀하셨는데 내가 과연 누군가와 함께 할 사람이 있기나 할까. 국가의 재난 제로 시스템으로 인해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세대는 전쟁같은 공포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럴 때 '나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를
생각하면서 각별히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한 요즘이다. 오베같은 이웃이 그립고 나 또한 그렇게 되지 못함에 씁쓸하지만 소설로나마 유쾌하게
읽고 덮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