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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율도국 - 광해와 허균, 홍길동과 대마도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평점 :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나라를 책임지는 이도 없고 잘못을 잘못했다 꼬집고 비판하는 이도 없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도 제 목줄 달아날까 염려하는 탓에 눈치만 보다가 그 자리 보존하고 나오면 연금 받으며 조용히 산다. 자신이 언제 나쁜 일을
했냐는 듯이. 정치판의 공약은 믿을 수 없게 된 지 오래고 어떤 이는 그 공략 실천한답시고 외국인들한테 생돈 대주며 금수강산 다 파헤쳐 놓고도
아무말 없이 쥐죽은 듯이 잘 살고 있다.
혁명! 프랑스의 시민 운동이 생각나고 체 게바라의 그것이 떠오른다. 시대는 틀리고 얻고자 했던 혁명의 결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누구도 인간의 위에 존재하는 이 없으며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음에는 이의가 없다. 현 시대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접하다보면
문득문득 '율도국'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때가 있다.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 영화나 소설에서만 가능한 게 아닌가? 어린 나이에 접했던
'홍길동전'은 전래동화 쯤으로 생각했고 최초의 한글 소설로만 알고 있었다.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허균'이라는 사람이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
한글은 아녀자들의 글로만 치부되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보전되어 살아남았을까. 역사에 대한 궁금점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던가?
간과하고 그냥 넘겼던 일들을 다시 되짚어 보는 것들이 역사를 바로보는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님도 한 권의 역사책을
보면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연구했던 것이 아닐까.
왜 역사책을 편찬하는 연구진들은 일발의 의구심도 없이 '광해'를 폭군으로만 묘사했을까? 고등학교 시절까지도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는 역사는
책에 근거한 소설같은 이야기였을 뿐 공감가고 의문점이 드는 일이 그다지 없었다. 공부 자체가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고 되짚어 보는게 아니라
암기하는 과목의 하나였으니까. 이렇게 알고 있던, 내가 배웠던 공부가 허구 또는 날조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땐 속에서 불이 인다. 가슴이
답답하고 조상을 섬기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던 나라가 한 짓이 역사를 왜곡하는 그 더러운 어떤 나라와 다를게 뭐가 있을까?
저자가 서문에서도 얘기하듯이 조선 중기에 쓰인 <인조반정사>라는 책을 접하면서 이 책이 왜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제목과는 다르게 인조 반정에 관한 사건은 없고 백성을 위해 고뇌하고 번민했던 광해 임금과 허균에 관해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 책이라 한다.
역사를 다시 보는 눈을 가지면서 학교 공부에서 흔히 말하는 '양반'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양반이라는 허울좋은 기득권층이 백성을,
왕을 어떤 식으로 농락했는지. 무늬만 양반이라도 버리기를 꺼리며 그들의 세상에서 굶어죽어도 버리지 못했던 그득권층의 또 다른 이름! 지금도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지 자신의 안위와 출세에 눈 먼 양반들이 즐비하다.
세상은 더 넓은 미지의 우주를 향해 가는데 그 옛날 꿈꾸던 이상적 도시 '율도국'을 우리는 애타게 바라고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누군가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주류를 이루는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의식을 받아들이고 생각할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같은 나라는 대강국이지만 문맹율이 세계 1위다. 일부러 깨우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알지 못하게 하고 불편하지 않게,
자유를 준다는 명목하에 무위도식하는 걸인들을 그대로 방치한다. 모든 이가 기본적인 지식을 터득하도록 도움을 주기보다는 방임적 자유를 취한다. 더
이상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고 그 생활에 안주하도록 한다는 미국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하는 지식인들도 적지 않다.
인간의 습성상 일이 잘 되면 돈에 목숨 걸고 그 욕심이 채워지면 권력에 도전한다. 다 쥐고나면 놓지 않으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밟고
그 위에 견고히 다진다. 자신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 시장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최악으로 치닫게 하는 실패한 구조다. 우리의 혁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광해임금과 허균의 새 세상은 빛을 보지도 못하고 후대에 기록도 날조되어 전해왔다.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그들은 백성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임금과 정치인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세상은 전체로 보면 비극이지만 개인으로 보면 따뜻하고 정겨운 집, 희망찬 집, 내일을 밝게 비추는 일을 하는 집 등 수많은 희극적
요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 희망적 요소들이 빛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나라일을 하는 사람이요 백성을 보살피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율도국이 되도록, 그런 이상향을 꿈꾸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믿고 발등을 무수히 찍히고 있지만 그들 무리속에서도
우리를 돌아봐주고 걱정해주는 홍길동 같은 인물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옛날 <인조반정사>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효종이나 정조처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줄 아는 그런 위인이 나타나기를 작은
힘이나마 진실한 백성의 마음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