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면 한가이 앉아 책읽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시원한 커피숍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앞에 두는 것까지는 좋은데 장소의 특성상 시끌벅적한 곳에서 책읽기란 또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여름에 책읽기의 단점을 다 불리칠 수 있는게 공포 혹은 추리소설 정도가 아닐까. 눈으로 보는 공포영화도 좋지만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두 눈 꽉 감아버리는 일이 더 많아 많은 장면을 그냥 넘기기 일쑤다. 허나 책은 글을 무조건 읽어야 장면이 눈에 보이고 상상도 비교적 폭넓게 할 수 있어서 돈 버리는 일 없이 잠시나마 시원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우선 이 책의 1편이라 할 수 있는 <사형 집행인의 딸>은 읽어보지 못해서 그 후속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수도사>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다면 이해도도 떨어지고 흥미도 반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단독적 사건으로 일관되어서 큰 무리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유럽 중세 시대의 이야기는 아름다고 화려한 귀족 문화와 더불어 예술품, 의상 등 상상거리도 무긍무진하고 기독교라는 종교와 결부돼 많은 잔혹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작가가 이야기하듯이 종교적 색채가 짙은 책이 되긴 했지만 '종교가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광기뿐만 아니라 쉽사리 신을 의심하게 되는 시기에 종교가 제공해주는 위안과 보호도 보여준다.'라고 마지막에 간략한 설명도 덧붙여 두었는데 거기에 딱 부합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형집행인! 우리나라로 치면 '망난이'정도가 되지 않을까. 누군가 법을 만들고 형을 선고하는 사람은 높은 직위에 있고 그 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최하층이다.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것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 그 또한 직업으로 하는 일이나 잔혹하게 죽임으로써 성난 민심을 수습하는 무기로 그들을 이용해 왔고 오늘날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없어졌으나 지금도 여전히 고위층의 비위를 맞추고 민심의 눈을 가리는 기관은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

무지막지하게 죄인을 다르는 사형집행자 '야콥 퀴슬'. 무서운 면 이면에 약한 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없는 자에겐 도움을 주는 외모와는 이율배반적인 인물이랄까. 그의 딸 '막달레나'. 주장과 고집이 세고 어디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여자. 그녀를 사랑하는 순정파이자 바람둥이 의사 지몬. 이들이 사는 고장에 신부가 죽음으로써 새로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신부의 여동생으로 나타난 '베네딕타'. 아름다운 이면에 감춰진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여자.

사건을 들여다 볼수록 종교적인 인물들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 신부의 죽음으로 짐작컨대 교회와 그 재단에 관련된 일이 아닐까 했는데 그 집단에 깊숙히 관련되어 있다. 종교에 힘이 생기고 그 힘에 기득권까지 합세하면 그 영향력은 왕을 능가한다. 서양사에서 가난한 자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예수의 등장이 더 큰 화를 불러 일으킨 경우가 허다했다. 최악의 사건으로 꼽는 십자군 원정부터 종파가 나뉘어 결국 청교도 혁명으로 신대륙 발견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까지. 인류를 구원할 줄 알았던 종교는 참으로 많은 살상을 일삼았다. 현재 이스라엘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구원파는? 어느 종교이건간에 종교적 분쟁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권력 내려놓기'가 없으면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숙제다. 예수가 못박혔던 나무의 한부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템플기사단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보물(?)을 찾기위해 또 다른 권력들이 결탁하고 힘을 키운다.

갈수록 흥미진지하다가 마지막부분으로 치달으면서 마무리단계가 너무 성급하게 이루어진감이 있어서 긴장감이 살짝 반감된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고 베네딕타의 뒷통수도 조금 어설픈 감이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간만에 읽는 서양 역사추리소설이라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에 등장하는 사형 집행인 집안의 퀴슬가 후손이기도 하단다. 우리의 족보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데 서양에는 여러 민족이 섞인 윗대 조상의 뿌리찾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간혹 미국드라마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참 동양에서 사라져가는 문화는 서양에서 받아들이고 서양에서 사장되어 가는 것을 동양에선 앞다투어 받아들이고.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책 두께가 있어 걱정했는데 추리소설이고 스피드한 전개라 술술 잘 읽혀진 것 같다. 다음편도 기대하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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