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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좋아서 그 작가의 다른 책을 보기도 하고, 책 속에 소개된 다른 책에 이끌려 그 책을 보기도 한다. 이번 경우엔 후자의 경우로 '법정스님'이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언급하신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 중에 첫 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조금은 책읽기를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건 나의 오만에서 비롯돈 무지의 소치였고, 한 쪽으로 치우친 독서를 하다보니 사회, 정치, 역사적으로 문외한에 가까웠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어의 문법상 성(姓)에도 두음법칙을 적용. '리'가 아닌 '이'로 적용된다.
허나 이 분은 '리영희'라는 이름을 씀으로써 북한분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서 나의 무지함과 편협한 독서 습관에 얼굴이 붉어지고 또한 나의 독서 목록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께달았다고나 할까?
저널리스트로 자칫 경력이 화려해 보이지만 '돈'과는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한 유일한 지식인이며 인생 자체가 한국의 근.현대사와 맞물리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낸 분이다.
일제 강점기 말에 학교를 다녔고 해방과 동시에 가난으로 이어지며 학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과정, 한국 전쟁으로 7년간의 군대생활, 군사 정권과 대항하며 글로써 살아낸 사람!
그야말로 이 책은 대화 형식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와 더불어 교수님의 인생에 있었던 사건과 썼던 글들, 거기에 얽힌 비화나 방대한 자료들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말씀하시는 거라 가히 놀라지 않고 읽어 내기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껏 알고 있었던 사실을 뒤엎은 것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나 뒤늦게 깨닫는 커다란 진실.
애국가의 가사에 얽혀 있는 친미주의 기독교인들과 미국의 압력, 한국전쟁은 미국이 남한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북한이 우세하였으므로 남한은 상관없는 일본을 공산주의로 넘기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이 뿐만이 아니라 읽는 내내 흥미로운 우리의 근.현대사가 리영희 교수님에 의해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지금까지도 이승만 정권때 청산하지 못했던 일제강점기때의 인사들과 잔재가 고스란히 남겨져 재현되고 있다는 점. 정치판을 보고 그들과 결탁한 신문들을 보면 이 말이 딱 맞는 말이지 싶다.
무턱대고 일본을 비판하는 것만이 애국적인 자세는 아니라 철저한 자기 비판과 민족적 비판이 있어야 식민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것이고 그때야 비로서 일본을 재대로 볼 수 있는 능력과 비판을 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춰지는 것이라 말씀하신다.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에겐 앞뒤 따지지 않고 반공정신이 강요되었고 무조건적으로 일본을 싫어하고 배척해야만 했다. 요즘은 많이 나아진 상황이라 하지만 무턱대고 덤비는 국수적 애국주의는 오히려 민족의 발전에 해가 될 수 있음을 역사를 보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가져다 준 의식의 변화는 너무나 큰 것이라 꽤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한 번에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고 덮은 지금까지도 서재의 책꽂이로 가지 못하고 내 머리맡에 남겨져 있다. 내 생각은 한 걸음 더 나가간 것임에 틀림없고 왜곡된 진실에 앞장 선 이번 선지식인들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주체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는 세계 곳곳에서 여러가지 문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공산주의는 이미 인류에서 몰락한 사상이 되었고 이 시대의 새로운 혁신적 사조는 민주주의(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순조로운 조화에서 답을 찾고자 하시는데 어쩌면 해답이 나왔음에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거대 자본에 움직이는 세계는 그들을 거스리고 나아갈 방법을 찾았어도 섣불리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에 의한 부차별 공격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적은 다른 곳에 있음을 왜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