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한한 지음, 김미숙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중국에 부는 자본주의 시장의 영향과 쏟아져 들어오는 많은 동서양의 문학이 한데 어울어진 젊은 중국인의 글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예전에 접했던 '위화'의 < 허삼관 매혈기 >와는 전혀 다른 느낌. 거칠고 직설적인 소설이었던 거에 반해 이 소설은 남성이 적었지만 여성의 입장을 상세히 적어내려간 글이라 할 수 있다.
하루키의 < 노르웨이 숲 >에 등장하는 와타나베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그런 류에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주인공 나는 '1988'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테이션 왜건을 몰고 감옥에서 출소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 한 여인과 동행하게 되고 그 여인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간간히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회상하며 진행되는 소설이다.
소극적이고 말수가 적었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도적 역활을 하지 못하고 주변인에 불과했다. 동네 형이지만 우상처럼 여기는 '띵띵 형'은 그런 소년에게 용기를 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 준다.
동행한 여자는 사창가 여인으로 임신한 아이의 아빠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길 위에서 만난 두 사람.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과 인연으로 엮여 있다. 인간의 집단을 어느쪽이 더 깨끗하고 올바르고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사람들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믿었던 띵띵 형의 의문의 죽음.
사랑했던 여자와 어릴 적 오매불망 그리던 첫사랑, 그리고 친구의 연이은 죽음.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과거의 행적과 자신을 스치고 갔던 여인들을 주인공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읊조리는 대신, 같이 동행한 여인은 자신의 행적을 꾸밈없이 자세하게 나에게 들려준다. 그런 나는 여인을 동정하게 되고 그 여자의 삶을 아파하고 공감하게 된다.
 

 소위 배웠다는 지식인인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성격과 어두운 내면은 하루키류나 서구 문학을 많이 닮아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급변하는 중국의 중심에 있는 청년 작가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고등학교때 7개 과목을 낙제해 17세때 자퇴를 한다. 그 후로 소설을 쓰고 많은 직업을 가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나름 '나'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듯 하기도 하고, 차를 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 자신이 소통방법의 하나로 길위의 차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이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경제 성장기에 어두운 면이 있듯이 중국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거니와 농촌에서 도시로 온 여성들의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성 착취를 폭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밌었던 점이 여인의 바램은 뱃속의 아이가 여자아이라면 한국으로 보내 유학시킨다는 대목이 나온다. 코리안 드림의 일종인가?

 주인공인 나가 읊조리는 내용중에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 같다'라는 말에 항의하며 한마디 한다.

"어디 한번 살아봐요.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아서 아주 엉성하고 논리도 없어요. 비열하고 지루하기만 하죠. 그렇다고 손을 놓을순 없어요."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편의 영화와 같다'는 말에는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다고 함이겠지만 길어야 2시간이면 끝나는 영화와 인생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 한한이라는 중국작가는 아직 젊다. 지금까지 해온 성과만으로 속단하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본다.
이작품은 약간 어설프고 모방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숙이고 거기에 작가적 역량과 경험이 쌓이다 보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해 볼만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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