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가 보다. 책을 받고 제법 두꺼워서 천천히 읽어야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대략 6시간만에 끝내 버렸다.
날씨도 적쟎이 선선하고 햇살도 따스하고 소설이라는 것이 한번 놓으면 맥이 끊어져서 다시 시작하려면 앞부분을 또 들춰봐야 한다.
여러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소설 내용 자체가 환타지와 추리가 뒤섞여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게 큰 이유다.

사후세계를 넘나들고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진 윌!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기계를 싫어하고 말도 적고 어울려 다니는 것도 싫어하며 그 흔한 핸드폰도 거부하는 이 아이는 이상한
능력 때문에 이사를 수십번이나 다니게 된다.
그렇게 다시 이사를 오게 된, 겉으론 아름다워 보이는 바다를 낀 도시 '헤비븐스마우스'. 이 소년은 전보다 더 심한 환상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그 바다가 핏빛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 환상의 중심에는 흑발의 아름다운 의문의 소녀.
이 마을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되고 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이 소녀로 인해 목숨을 건진다.

이런 아이를 가진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며 이 소년과 같은 나이 때의 나와 부모가 된 내가 우리때의 부모님의 모습과 겹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는 겉은 멀쩡하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만 하는 아들을 보면서 당연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들이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대사가 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눈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동안 윌은 서서히 불편한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절 안 믿으시는 거죠. 전 알아요. 믿는 척 하지만 사실은 안 믿으시는 거예요. 제가 또 환각을 봤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두 분다 연극을 하고 계시는 거라구요"

 비단, 이런 흔하지 않은 예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지금 돌이켜 보면, 일반 평상 가정에서도 늘상 일어나는, 부모와 사춘기의 아이들의 대화가 잘 소통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 시절의 나를 생각지 못하고
현실로 존재하는 부모로써의 입장만 고수해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먹'이라는 아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롭게 전개되고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잔혹한 욕심에 희생된 어린 생명들.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 때문에 다 밝히지는 않도록 하겠다.

청소년 소설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 시대의 아이들이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학교라는 입시 위주의 집단과
무차별하게 쏟아지는 수많은 매체들 때문에 생각할 겨를도 없고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부모들이 혹은 시간이 알아서 그렇게 흘러가게 만들어 주고 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미래의 자신이 갖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하는 교육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씁쓸했다.
'정체성'까지는 아니라도 십대라는 나이가 뭐든 것에 가능성이 열려 있는 나이란 걸 알고 희망을 갖는 계기로 책을 접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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