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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쉿! -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행복한 사랑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우선 스님이 쓰신 글이라 궁금증이 더 했다. 연애에 관해 어떤 글을 쓰셨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연애 지침서' 라는 느낌이 강했다. 연애를 할 때 경계해야 하는 몇가지들을 풀어서 설명하고 중간중간 '쉿'이라는 TIP을 넣어 두었다.
구성상 특이하게 문제제시와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구체적인 고민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마지막엔 연애를 하며 여러가지 잘못된 욕망의 그릇됨을 치유하는 방법까지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안으로 들여다 보면 연애에 필요한 추상적인 단어들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욕망, 자아 욕망, 미망, 분노 등.
연애를 하다 보면 흔히 겪게 되는 감정들에 대해 스님의 방식대로 정의 내려져 있다. 특히 '미망'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미망의 번뇌란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평범한 외부 자극에 대해서 전혀 흥미를 가질수 없으며, 마음이 한 곳에 있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
이라고 되어 있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듯이 헤어지고 난 뒤 슬픔이 조금 가시고 나면 이런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다. 사랑을 해 봤던 스님이라 이런 감정을 꿰뚫는 능력도 가졌으리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의 밀고 당기기나 헤어진 뒤의 수습기는 비슷한가 보다. 비록 동양 스님이긴 하나 일본의 애정학을 들여다 보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 다른 유럽의 소설을 봐도 사랑과 이별에 관한 부분은 번역 소설이라지만 우리가 그 기분을 충분히 느끼고 감정 이입할 수 있는데 문제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 예전의 헤어진 사람을 떠올리게 되긴 한다. 현실은 결혼을 했으니 이 사람과의 연애 시절을 떠올리기 보단 옛 사람과의 만남에서 헤어지기까지의 감정들을 이 책에 나타난 감정들과 맞춰 보면 그땐 몰랐던 것들이 딱 들어 맞는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고 이런 감정들과 거리가 먼 것도 아니지 싶다. 연애를 할 때는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결혼은 문서로 엮어진 구속력이 있고 또한 의무와 권한이 있기 때문에 나쁜 관계로 치닫지 않으려면 감정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 장에 명상 치유법은 어떤 분노나 좌절에도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명상은 일반인들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에게도 인기있는 '마음 가라앉히기'가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들은, 모든 것에도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스님은 바람피운 애인이 있다면 그렇게 놔둔 상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상대에게 맹목적으로 희생하는 것에 대해 '폭력적 희생'이라 명하고 이런 사람도 상대 연인의 쌀쌀맞음과 불친절함 또한 '폭력적 희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피력한다.
이 두가지는 자칫 잘못 해석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지 않나 싶다.
'바람 피웠다'는 건 상대를 운운하기 전에 그 사람의 무조건적인 잘못이며 그것으로 인한 감정의 깊은 골은 불가피한 이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잘못된 상대방의 행동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고 '지나친 희생'이 상대방의 불친절함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스님의 책을 읽으며 대중과 가까워지는 혹은 갈등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치유법을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스님다운 글을 쓰셨던 '법정 스님'이 한없이 그리웠다.
스님의 자리에서 그 분 주위에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하고 당신의 감정을 솔직히 보여 주셨던 그 분만이 쓰실 수 있는 자유와 여유, 그리고 진정한 자연과 혼연일치 되었던 스님의 글씨체가 그리웠다. 다시 읽을 수 없고 볼 수 없음에 또한 한없이 슬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