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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요리에 관한 얘기를 소박하게 풀어내는 것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다. 비슷비슷한 감성이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슷한 것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함과 섬세함이 느껴져 좋아한다. 서평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지만 신청하게된 계기도 "따뜻한 요리로 치유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어서였다. 아프거나, 슬프거나, 외롭거나, 힘들거나 그런 모든 처져있는 감정들을 느끼고 있을 때 조차도 배가 고프다는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뜻한 밥 한끼, 그것도 누군가의 배려와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다면 잠깐이나마 힘이 된다. 책의 주인공 '나호'의 카페 송드방은 그런 장소를 보여준다.
도시에서 시골 고원지대로 카페 창업을 위해 이사 온 '나호'는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런치세트를 판매한다. 초반에는 어설픈 느낌도 풍기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그 지역의 좋은 농산물을 취급해서 조금 수고스러울 수 있어도 그 수고가 찾아오는 한 명의 손님에게 이렇게 좋은 식재료로 만든다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음식을 만드는 그녀조차도 정기휴일에 쉬기보다는 새 메뉴를 고안하면서, 자기가 펼칠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최대한의 지식을 발휘하면서, 배우면서 적자인 카페를 봄, 여름, 가을이 지나며 흑자로 바뀌는 쾌거를 이루기도 한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일일히 그날의 런치에 대해 설명하고 그 손님의 입맛에 맞게, 까다로운 요구에도 모두 친절히 응대하며 '맛있어야 할텐데...'하며 전전긍긍 하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읽는 내내 그녀가 표현하는 음식의 세세한 묘사는 침이 고이게 만들고 음식 만드는 일에 관심이 없던 나도 저절로 그 레시피를 따라 머리속으로 상상해가며 손님상에 내려놓는 그 모습까지 머리속에 영상으로 재생되는 기쁨에 젖어있었다. 왜 '공복 도서 금지!'라는 문구가 띠지로 둘러져 있는지 실감했던 순간이다. 읽는 도중에 커피를 끓여 마시기도 했으니까. 한정되어 있는 식재료인것 같으면서도 매일 그것도 다른 메뉴를 창안해 내는 것도 그만한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하지 못할 일이다. 그러면서 찾아오는 손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그 좁은 마을에서 그녀만의 행복은 반드시 만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카페 창업의 어려움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드러나 있지만 그 지역 사람들도 지역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각각의 노력들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고, 큰 성공을 거둬 많은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도 작은 마을에서 누군가의 만족을 내가 줄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로만 벌면 좋다는 삶의 철학들을 가지고 있었다. 시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로에게 불가피한 간섭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만큼 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소리였고, 발 벗고 나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각자의 고충과 가게들을 열게 된 이유들을 '송드방'에서 꺼내면서 어쩌면 카페라는 공간은 단지 마시고 먹는 것보다는 그런 음식들을 공간의 분위기와 함께 느끼고 만끽하면서 나도 모르게 툭 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그런 공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이런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나만의 송드방을 상상해보게 된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