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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하게 산다 - 몸과 마음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상의 습관
오키 사치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0월
평점 :

눈만 돌리면 새로운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사도 사도 끝이 없고, 좋아요를 누르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어도 내가 사고 싶고 갖고 싶은 욕구는 충족되지 못한다. 과연 넘치는 욕구를 채워줄 완벽한 양이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30년 동안 얻은 노하우를 삶에 적용시킨 이야기이다. 단순히 집안 정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마음도 관계도 깨끗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와 비슷한 기조로 '미니멀 라이프'가 있다.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간소하게 생활하는 삶은 유행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니멀이란 말과 다르게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또 들어가고 단순히 세간을 줄인다고 해서 내 마음속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우면 사고 싶고 있어도 사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다. 저자는 단순한 습관에서부터 실천하라고 한다.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정리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등의 생각보다 쉬운 습관 말이다. 일단 무언가를 정리하려면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의 작은 습관은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지속하기 곤란한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대부분 도중에 포기하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노력과 인내와 참을성을 발휘하여 한번 몸에 익혀 습관화하면 어느덧 당연한 하루하루의 행동 패턴이 되어, 태양이 매일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지듯 자연스럽게 반복되지요. (p. 216)
버리는 삶보다 고치는 삶이 더 고되다. 의식하면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말 내 삶을 간소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주변의 상황도 내가 다르게 조정하게 되고 마음가짐도 주변 사람들도 태도도 모두 바뀔 수 있다. 작은 날갯짓이 큰 태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처럼 말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과 달리 나는 아직 모으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문구부터 시작해서 책, 편지, 일기 등 다양한 것들이 내 방에 놓여있다. 어떤 건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 버리기 어렵고, 또 어떤 건 소중한 사람이 준 것이라서, 놔두면 언젠가는 쓸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나도 물질적인 만족보다는 정신적인 만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정신적인 부분, 특히 추억이니까.
아무래도 이 책은 지금의 나보단 나중에 노후를 준비할 때 꺼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세상에 대한 욕심이 없는 그런 나이가 되면 오히려 책에 기록된 것들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려면 아직 한참 먼 미래의 일 같다. 정리하는 습관은 남녀노소 모두 필요하지만 최종 정리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저자의 나이도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여서 그런가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누구나 복잡한 것들을 끊어내고 싶을 때 꺼내보면 좋을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