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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드디어 2017년 마지막 샘터가 도착했다. '맺음 달'이란 말처럼 이제 한 달이 조금 남은 한 해를 정리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17년의 끝자락이 늘 그렇듯이 재빠르게 다가왔다.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똑같은 것 같다. 처음에는 1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막상 12월이 되면 뭐 했다고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다 싶다. 이번 샘터에는 맺음을 짓고 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던 것 같다. 은퇴 소방관 경광숙 씨, 자신의 춤을 추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섰던 최수진 씨, 그리고 다시 피아노를 꿈꾸게 만드는 <달려라 피아노> 프로젝트 이야기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글이었다.
먼저, 경광숙 씨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다. 2014년 잊지 못할 안타까운 사고인 '세월호'의 구조 작업에 투입되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소방관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자 했지만 정작 현실은 차가운 바다 앞에서 침몰해가는 배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소방관 교육을 담당했던 그이기에 교육자로서 자신에게도 회의감이 들었다는 그는 그때 이후 소방관을 그만두었다. 여전히 그때의 사건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여러 사람들 가슴에 무거운 추를 매달아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빨리 변하다고 하지만 막상 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불편한 사실을 다시 인지하게 된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재난은 언젠가 다시 반복된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우리는 한 사람의 전문가를 아쉽게 떠나보냈다. 그의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p.17)
현대무용가 최수진 씨는 자신의 춤을 완성시키기 위해 어렵게 입단한 무용단을 박차고 나온 인물이다.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무용이 아닌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춤에 담고 싶어 했던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현대무용은 춤선이 예쁜 예술이라 생각했는데 그 안에 감정을 녹여낸다는 것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절묘한 접점을 그녀는 계속해서 추구해 나갈 것이라 말한다. 시작은 맺음과 맞닿은 지점임을 그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화려한 기교만 가진 무용수는 되고 싶지 않아요. 제 감정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춤을 통해 관객이 조금이라도 느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춤을 출지 궁금한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p. 27)
거리에 놓인 피아노가 전국에서 '딩동 댕동' 울리면 어떤 기분일까? <달려라 피아노> 프로젝트는 길거리 피아노로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자유롭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이끌어낸 프로젝트이다. 기획자인 정석준씨는 외국 유튜브 영상에서 길거리 피아노로 연주를 하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모습을 보고 한국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열망이 있는 사람이면 피아노 앞으로 가 연주를 한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숨겨져 있던 나의 피아노에 대한 꿈도 부풀었다. 숨겨진 것은 맺힌 것이었다. 가슴에 맺힌 한을 푸는 그런 프로젝트, 거창하지 않지만 누구나 특별하게 또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그런 재미있는 콘텐츠가 하나 탄생한 것 같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피아노를 설치하고 나면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에요. 그냥 자유롭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피아노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 사이에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요. 달려라 피아노로 인해 일상의 작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거죠." (p. 49)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까지 연말인 것처럼 한 해의 다양한 사연 잔치가 벌어진 이번 호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아쉬움은 잠시 잊고 한 해를 올해도 무사히 잘 보낸 우리들에게 따스한 토닥임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추운 연말이 서로의 온기로 따뜻해지고 길거리에 반짝거리는 전구가 가득해지는 북적북적하지만 소외되는 사람 없는 그런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