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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와 <린 인>의 저자 '셰릴 샌드버그'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회복 탄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표현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즉, 회복 탄련성이란 인생의 역경과 고난을 겪은 후 얻게 되는 긍정적 성장을 말한다. 셰릴 샌드버그는 우연한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겪었던 복잡한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변화해간 과정을 서술하며 책을 시작한다. 읽다 보면 회복 탄력성 그 자체를 강조하기보단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 좀 더 집중하는 느낌이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은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정신적 충격을 준다고 한다.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은 자책감과 후회를 동반한다. 그녀 역시 남편을 잃었을
때, 이 과정을 겪었다. 남편이 없는 미래는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했고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내렸다. 하루아침에 아빠가 사라진 아이들에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고민만 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을 준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애덤 그랜트다. 그녀는
자신이 부적절한 감정에 휩싸일 때마다 애덤에게 조언을 구했다. 애덤은 그녀에게 느끼는 모든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라고 한다. 울고 싶으면
울고,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라고 한다. 그가 이렇게 이야기 한 이유는 '슬픔의 5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현실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실에 직면한
사람은 현실을 부정하고 분노하다가 현실과 타협하고 우울해하는 네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현실을 수용한다. 하지만 요즈음 전문가들은 그러한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다섯 가지 단계가 아니라, 정도가 오르내리는 ‘다섯 가지 상태’라고 본다. (p.
78)
분노, 부정, 타협,
우울, 수용의 감정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격렬한 감정 상태일 때, 이성을 갖고 보자는 말은 이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이때 나의 감정이 당연한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인정해 주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중요함을 느꼈다. 실제로 셰릴
샌드버그는 자신 주변의 몇몇에게만 남편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들을 '오프너'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친구들과 달리 오프너는 질문을 많이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의 대답을 귀담아듣는다.
(P. 52)
그녀는 이런 사람들 덕분에 슬픔을 이겨내고 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내용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어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비슷한 사례들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그녀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 역시 감정의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회복 탄력성은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얻을 수 있는 산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연민은 중요했다.
흔히 자기 연민하면 나에 대한 애틋함, 안쓰러움을 갖는 부정적인 태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상실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하도록 하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누군가 사망하게 되면 그동안 못해줬던 것, 쓴소리
했던 것, 사건 당시에 내가 없었다는 사실 등에 자책감을 갖게 되는데 이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기 연민이었다.
자기 연민은
흔히 자책감과 공존한다. 그렇다고 과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세워 스스로 미래를 망치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자기 연민은 나쁜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행위자인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님을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면”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P.
84~85)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은
슬프지만 그녀에겐 인생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그녀는 회복해가며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현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도와주기 시작했다. 읽고 나니 내가
감정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와 주변의 지지가 회복 탄력성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받는다.
내 옆의 빈자리도 사람으로 채워지고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간다. 사라져도 내 인생은 살아내야 한다. 슬픔으로 점쳐진
하루하루를 살기 보단 웃을 수 있는 하루가 길어지는 삶을 떠난 사람들도 바랄 것이다.